[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내 코로나19 봉쇄 조치, LCD 패널 가격의 하락세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한국이 지난 2004년부터 17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킨 산업이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독보적인 생산성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중국업체들 LCD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30년 만에 LCD 사업 철수를 선언했고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200억~3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OLED 사업에 집중하며 중국 기업들과 점유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OLED의 미래 또한 불투명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중·소형 OLED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90.3%였지만 올해 2분기에는 72.1%로 전망된다. 중국은 같은 기간 9.7%에서 27.4%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생산능력(CAPA)은 월 3만장 규모다. 패널의 수율을 90%까지 끌어올린다고 가정해도 65인치·55인치 패널을 연간 162만장 공급하는 정도에 그친다.

현재 QD-OLED 사업은 6년간 13조 1000억원의 투자 계획 중 단 3조원만 집행된 상태로 추가 설비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설비를 뺀 기존 LCD 공장은 어떤 용도로 활용할 지 아직 방향성도 잡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TV용 대형 OLED 출하량 목표로 1000만대 달성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100만대 이상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던 삼성전자와 OLED 협상이 결렬되면서 LG디스플레이는 100%를 유지했던 OLED 생산라인 가동률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사실상 목표 출하량 달성은 물 건너 간 셈이다.

지금 속도라면 중국 기업들이 LCD에 이어 OLED에서도 국내 기업을 제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며 안주하는 사이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워 뒤쫓고 있는 것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감산, OLED로 빠른 전환, 설비 투자 등 이제는 과감한 투자 전략이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