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2,3세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26일 호텔신라(사장 이부진. 사진)가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중인 커피·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키로 한데 이어 현대차그룹도 그룹 회장의 딸인 정성이씨가 고문으로 있는 해비치호텔이 운영 중인 소규모 베이커리 사업 '오젠'도 철수를 적극적으로 고려 중에 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신라호텔 이부진 사장 외에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씨가 운영하는 회사인 ‘블리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대주주인 ‘조선호텔 베이커리’, 정성이 현대차그룹 전무가 운영하는 ‘오젠’ 등이 커피·베이커리 사업으로는 진출하면서 재벌가 2,3세들이 골목상권까지 위협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기업들이 소상공인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호텔신라가 먼저 철수를 결정했다.

26일 호텔신라 측은 “호텔신라는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사회와의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7일 현대차도 "현재로서는 오젠에서 철수를 하기로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철수 의사를 내비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인 정성이씨가 고문으로 있는 해비치호텔이 운영 중인 소규모 베이커리 사업"이라며 "제주 해비치호텔에 1호점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 2호점이 있다. 주로 음료와 간식, 빵 등을 판매하는데 직원들을 위한 사내 매점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다른 곳에 분점을 낸 것도 아니고 그룹이 운영하는 리조트와 본사 구내에 단 두곳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복지 차원의 구내 매점 성격이 강한데 골목상권을 장악하는 다른 베이커리와 같이 취급돼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다른 재벌가의 딸들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며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며 비난 여론이 일자 현대차그룹도 성격은 다르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킨 만큼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역시 그동안 자동차 중심의 제조기업으로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는 등 그동안의 노력이 소규모 매점 수준의 베이커리 사업 하나로 수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호텔신라는 아티제 사업 철수를 계기로 서비스업의 글로벌 확보에 몰두한다는 계획이다.

호텔신라는 지난 2004년 외국계 커피전문점에 대항하는 토종브랜드로 ‘아티제’를 오픈했으며, 지난해부터 자회사 보나비를 통해 운영해왔다. 보나비는 이부진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호텔신라가 100% 자본금을 출자한 자회사다.

아티제는 현재 27개 매장이 운영중이며, 지난해 아티제 매출은 241억원을 기록했다. 호텔신라 전체 매출(약 1조 7000억원)에서는 1.4%의 비중을 차지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아티제가 대부분 오피스 빌딩에 입주해 있어 ‘골목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있다”며 “그럼에도 최근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진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아티제 역시 사회적 논란이 있어 과감히 철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아티제 철수와 관련해 사회에 기여하고, 아티제 종업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경영 모델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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