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추구형’ 개인연금 상품이 인기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q장하기 어렵다는 인신ㄱ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투자 성향은 안정형에서 고수익 추구형으로 점차 바뀌는 추세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물가 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낮은 원금보장 상품보다는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쏠린다.

◇연금보험․연금펀드에 돈 몰려…은행 연금신탁은 ‘제자리’

연금상품 중에서도 세제적격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세제적격은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상품을 말한다. 연금상품의 공제한도는 300만원에서 올해 400만원으로 늘었다.

보험사에서 파는 연금저축보험과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은행의 연금신탁, 근로자가 추가 적립하는 퇴직연금(DC형)을 통틀어 1인당 400만원까지 공제를 받는다.

1년 소득이 4천600만원에서 8천8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최대 절세 예상금액이 79만2천원에서 105만6천원까지 33% 늘어난다.

그러나 소득공제 혜택이 같더라도 상품별 자금 유입 속도의 차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과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에는 자금이 꾸준하게 유입되는 반면에 은행의 연금신탁 적립금은 몇 년 째 정체 상태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보험 적립금은 2008년 약 30조원에서 지난해 약 50조원으로 60% 넘게 늘어났다.

증권사가 판매하고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연금저축펀드는 급성장하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보면 연금저축펀드의 지난 16일 기준 설정액은 3조1천578억원으로 1년새 1조원(4.3%)이나 늘었다. 2009년과 2010년에 연간으로 각각 4천327억원, 5천240억원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은행의 연금신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연금신탁 적립금은 2008년 11조원에서 지난해 11조8천억원으로 3년간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금신탁은 기존에 가입한 고객들만 유지되는 수준이고 신규 고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 위험’에 연금도 고수익 상품 찾기

연금신탁이 연금보험이나 연금펀드와 비교해 인기가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익률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상품은 노후를 대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상품으로서 매력도는 크게 떨어진다.

특히 장기 투자상품의 경우 물가 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실상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연금신탁의 수익률은 국채금리 등 시장 금리에 연동하는 구조여서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국면에서는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도 아주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연금신탁보다는 1%포이트 가까이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보험사는 통상 시장금리보다 20% 높은 수준에서 금리를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부장은 “은행의 연금신탁은 연금보험과 비교해 실효수익률이 낮아서 인기가 떨어졌다. 연금은 곧 보험상품이라는 일반적인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 김대환 고령화연구실장은 “같은 소득공제 혜택이면 수익률을 보기 마련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작은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연금보험의 이자가 연금신탁보다 1%포이트 정도 높다는 점이 부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금저축펀드의 인기몰이 비결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연금저축펀드 수익률은 -11.5%로 연금상품 중 가장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10년 이상 장기투자 상품으로서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작용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연금펀드에 대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형 연금펀드는 수익에 대한 과세가 없는데다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때 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다른 상품에 비해 세제혜택도 큰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연금 펀드 상품이 장기적으로 유망하다. 주식형은 현재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서 불안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주식 가격이 낮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물가 위험을 고려하면 원리금 보장 상품보다는 연금펀드 등 투자상품을 골라야 한다. 운용사들의 운용실력과 수수료를 꼼꼼하게 살펴서 좋은 펀드를 고른다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퇴직연금 중에서도 연금 수직이 이미 확정된 확정급여형(DB) 보다 는 자산운용 결과에 따라 급여수준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형)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연구원 김대환 실장은 “DC형과 개인퇴직계좌형(IRA형)은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DB형보다 효율적인 상품인데 소비자들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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