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가 민영화를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하는 동시에 ‘공공기관’에서 벗어나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강만수 회장이 이끄는 산은지주의 공공기관 해제 요구에 대해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물밑 공방이 예상된다.

민영화 작업은 산은지주 주식 일부를 상장하되 최소 요건(10% 이상 매각)을 지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상장 시점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지주의 최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기획재정부, 산은지주 등과 최근 민영화 실무협의에 착수했다.

기업공개(IPO)가 민영화 작업의 첫 단계다. 실무협의 참가자들은 산은지주 자산가치 편가, 재무구조 강화, 자문사 선정, 법률적 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민영화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며 “정해진 시한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상장 물량을 놓고 산은지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좃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일단 최소 요건을 지키는 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민영화 작업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매우 불확실한 만큼 가격을 테스트할 수 있는 ‘필요충분’규모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내 상장조차 어렵다는 비관적인 정망도 있으나 예상보다 IPO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7일 열린 산은지주의 경영전략회의에서는 IPO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됐다는 소문도 있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계열사 고위임원들이 모여 올해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만수 회장은 연내에 IPO를 성사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산은지주는 IPO를 지렛대로 삼아 각종 규제를 받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 회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 “내가 자리를 걸고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로선 산은지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분 일부만 매각하는 IPO와 공공기관 해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산은지주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공공기관이면서 민영화 대상인 기업은행, 헤제를 요구해온 한국거래소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은지주가 공공기관 해제를 요구하고는 있다”며 “구체적 사유를 밝히긴 어렵지만 현재로서 해제하는 건 무리다”고 선을 그었다. 산은지주와 산은은 공공기관운영법상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는 1년에 한 번씩 공공기관 지정․해제 대상을 검토해 1월말 발표한다.

금융권 일각에선 산은지주가 민영화와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강마수 회장의 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관료사회에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강 회장이 나서 정부를 압밥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선 강 회장의 ‘눈치’를 보는 조짐도 감지된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오는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예정된 만큼 이달 안에 (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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