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채권 발행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국외에서의 자금 조달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 해외채권 발행의 증가는 세계적인 금유이장 불안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의 악화 등 대외변수에 따라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발행통화와 형식의 다양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채권 최대발행 ‘험로’ 만만치 않아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올해 해외채권을 역대 최대 규모로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야 할 길이 만만치는 않다.

유럽 재정위기에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심각한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가 예상 외로 악화돼 전세계적으로 외화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달러와 조달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화 표시 채권상환 부담도 커지게 된다.

국제금융센터 김윤경 부장은 “유럼 재정위이가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위기가 확대되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신용경색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도 “올해 해외채권 발생에서 가장 큰 위험은 유럽에서 시스템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해위채권 발행의 어려움은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분기에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국채가 만기를 맞게 돼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도 난관에 부딛힐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해외채권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266억달러로 추산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140억달러가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예상 밖의 위기 국면에 접어들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이 양호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유럽 재정위기로 오히려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다. 유로존 붕괴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몰라도 지금과 같이 위기가 서서히 진행되면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심화에 따른 금융시장 위축 등 불안요인은 있지만 기조적으로는 국내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韓 채권 선호…해외채권발행 규모도 급증

한때 글로벌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던 한국계 채권이 요즘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요인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선진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탄탄한 한국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조달처도 다변화 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계 외화채 발행 액수는 297억 달러 규모로 역대 최대였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22억5천만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5~10억달러 정도였던 국내 기업이 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바로 전날 씨티그룹이 발행한 채권보다 금리가 더 낮았다는 점도 눈에 뛴다.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최초로 중도상환 조건이 없는 20년 만기의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호응에 애초 계획보다 늘어난 7억5천만달러 규모다.

삼성전자는 10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해외채권 발행이 늘었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발행 여건이 좋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채권 투자자들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몰린 호기를 적절히 이용하려면 대비책이 필요하다. 유럽 투자자 비중 감소와 맞물려 쇼군본드, 딤성본드, 아랍권 발행본드 등 투자 유형의 다양화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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