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초 질환‧담보‧병원별 조사 기준 제시
"보험금지급 거부 명분"…소비자단체 반발

DB손해보험 본사 사옥<사진=D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본사 사옥<사진=DB손해보험>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실손의료보험 과잉 청구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보험사기 조사를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DB손해보험이 모범기준을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최근 ‘실손 보험금 지급사유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을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시행한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에 따른 것이다. 다른 보험사들은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DB손보 측은 “보험금 지급단계의 보험사기 유발요인을 사전에 통제하기 위해 보험사기 조사 절차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운영하고 보험사기를 예방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조사대상 선정 기본원칙은 보험사고 입증 자료 미제출 및 객관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 피보험자의 청구내용과 주변정황, 의학적 증거가 상이한 경우, 피보험자의 진단ᆞ치료내용이 전문기관의 권고기준 등 일반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비급여 진료비용이 합리적인 사유없이 현저히 높은 경우, 의료법 위반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그 밖에 약관상 보험금 지급사유 충족 여부 혹은 보험사기 행위 존재 여부가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경우다. 해당 원칙은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예방 모범기준 제12조 2에 따라 마련됐다.

조사대상 질환은 백내장(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갑상선결절(고주파 절제술), 근골격질환(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12개 항목이다.

백내장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은 세극등현미경 검사결과지를 제출하지 않거나 백내장 관련 증상 없이 단순 시력 개선만 확인된 경우 조사 대상이 된다. 갑상선 고주파절제술은 조직검사 2회 미만 시행, 결절 경과 미관찰, 합리적 사유 없는 입원 등에 해당하면 조사한다.

담보별로는 자동차부상치료비, 상해입원일당, 질병입원일당 등 7가지다. 자동차부상치료비는 약관상 부상급수(1~14급) 해당되는지 확인이 필요한 경우, 단독사고‧자보 미처리 및 경찰서 사고 미접수건으로 사고경위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 상해‧질병입원일당의 경우 통원치료 가능 질환으로 입원한다거나 지나치게 장기간 입원하는 경우 입원기간 자주 외출하는 경우 등에 한해 조사한다.

병원별로는 요양병원은 약처방을 받기 위한 단순 입원, 환자 상태에 대한 판단 없이 정형화된 치료가 발생한 경우 조사 대상이 된다. 한방 병‧의원은 한의사가 양방 관련 처방을 한 경우, 의학적 근거 없는 보신제를 처방한 경우가 해당한다. 치과 병‧의원은 질병치료를 상해로 진단하거나 영상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 여러 치아를 한꺼번에 치료하는 경우에 대상이 된다.

한편, 이번 개정으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번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오히려 의료자문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결정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반소비자적인 개악 예고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누수는 갈수록 심각해져 향후 10년간 누적 적자 1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일부 소비자나 병의원의 의료 쇼핑에 따른 모럴해저드를 막지 않으면 선량한 가입자들의 피해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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