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영 산업부 기자
이금영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치킨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섰다. 이젠 퇴근 후 가벼운 마음으로 동료들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처갓집양념치킨은 지난 19일부터 메뉴 21종의 가격을 최대 10.5% 올렸다. 교촌·bhc·BBQ 등 ‘빅3’에 이어 후발업체들까지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이 총대를 메고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다른 치킨 브랜드도 가격을 뒤따라 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2위 bhc가 치킨 가격을 1000~2000원, 제너시스BBQ는 이번달 2일부터 전 메뉴 제품 가격을 2000원 올렸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는 한 달 사이에 굽네와 지코바, 또래오래, 멕시카나, 네네치킨 등 업체들도 치킨 가격을 최소 5.2%에서 최대 10.6%가량 인상했다.

최근 배달비도 올라 보통 3000원에서 6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치킨값은 이미 3만원을 목전에 뒀다.

치킨은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일 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아니다.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육·비건푸드처럼 가치소비를 위한 소비재도 아니다. 닭 한 마리를 먹을 때마다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제 소비자들은 모르지 않는다. 소보다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이지, 부정적인 영향을 분명히 끼친다.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 같은 자기만족·과시를 위한 음식도 아니다.

치킨이 국민 야식으로 불린 이유는 가성비였다. 맛이 이유가 아니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저렴하면서 양은 많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에게 1순위 야식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 3만원이면 온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많다.

냉동식품과 간편식이 발전하고 에어프라이어도 널리 보급되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야식도 차고 넘친다.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어쩔 수 없이 제품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하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고객들이 이렇게 올라간 가격을 수용하는냐는 다른 문제다. 이제 치킨업체들은 소비자가 왜 치킨을 사 먹어야 하고, 치킨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지 어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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