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 독일에 글로벌 R&D 센터 구축
대우조선, 저탄소船 기술 확보 협력 확대
삼성重, 탄소 배출 제어 국제 인증 획득

[현대경제신문 이소희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수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일본업체들이 내수에만 기대는 것과 달리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동과 유럽 등지에서 압도적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조선업 핵심 미래 기술로 꼽히는 저탄소 선박 건조 기술 개발 및 확보에 있어 경쟁국 대비 앞서 나가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편집자주]

전 세계적인 탈(脫) 탄소 기조 속 조선업은 연료유 연소 시 발생하는 황산화물 배출 등의 영향으로 대표적인 대기오염 산업군으로 꼽혀왔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는 수년 전부터 탄소중립 규제를 강화해 왔다.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며 글로벌 조선업계를 이끈 국내 조선사들 또한 변화에 적극 대응 중이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기반 스마트선박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R&D센터를 설립, 개소식을 진행했다. 허승재 주독일대사관 총영사,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 야콥 안더트 아헨공대 추진시스템연구소 교수, 펠릭스 노이카르트 NRW글로벌무역투자진흥공 CEO, 노베르트 알트 FEV COO, 안드레아스 마흐비어흐트 NRW연방주 경제부 국장 등(왼쪽 네번째부터)이 한국조선해양 유럽 R&D 센터 개소식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R&D센터를 설립, 개소식을 진행했다. 허승재 주독일대사관 총영사,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 야콥 안더트 아헨공대 추진시스템연구소 교수, 펠릭스 노이카르트 NRW글로벌무역투자진흥공 CEO, 노베르트 알트 FEV COO, 안드레아스 마흐비어흐트 NRW연방주 경제부 국장 등(왼쪽 네번째부터)이 한국조선해양 유럽 R&D 센터 개소식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글로벌 R&D센터 구축

전 세계 1위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선박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로까지 무대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조선해양은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R&D센터를 설립하고 개소식을 진행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유럽R&D센터를 거점으로 글로벌 연구기관과 협력해 수소, 연료전지, 암모니아, 전기추진 등 차세대 선박 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까지 기술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독일 아헨공과대학교와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대형선박용 차세대 추진시스템 공동연구 착수 계획도 발표했다. 양 기관은 지난해 12월 연구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바 있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야콥 안더트(Jakob Andert) 아헨공대 추진시스템연구소 교수는 “글로벌 No.1 조선소와 함께 대형상선의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기회를 갖게 돼 기대감이 크다”며 “이번 연구 협력은 한국조선해양의 독자적인 선박 추진 시스템의 미래를 그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에너지 분야 연구를 수행하는 독일항공우주연구센터(DLR) 산하 해운에너지시스템연구소를 비롯해 수소, 연료전지 분야를 선도하는 유럽 연구기관들과 기술 협력 논의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유럽R&D센터를 통해 현지 CTO 및 우수 연구인력을 발굴하며 글로벌 R&D 인프라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며 “유럽R&D센터를 전초기지로 미래 선박에 적용될 차세대 기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에서 대우조선해양 이성근 사장(오른쪽)과 한국석유공사 김동섭 사장이 ‘저탄소 수소∙암모니아 CO2 운반선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달 17일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에서 대우조선해양 이성근 사장(오른쪽)과 한국석유공사 김동섭 사장이 ‘저탄소 수소∙암모니아 CO2 운반선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저탄소 운반선 개발 추진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추진 기술은 물론 암모니아, 수소 등을 대체 연료로 활용하는 저탄소 선박 추진 기술 개발을 위한 국내 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석유공사와 ‘저탄소 수소·암모니아 및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공동 실무 협의회를 구성해 수소와 암모니아 등을 활용한 탈탄소 핵심 기술 연구와 관련 선박 개발을 공동 수행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건조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암모니아를 추진 연료로 사용하는 저탄소 암모니아 운반선 및 친환경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의 선박 개발을 주도한다. 실제 운항에 필요한 경제성 분석까지 수행해 해당 선박 상용화를 위한 기술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월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와 저탄소 암모니아 공동연구 및 시범도입 계약을 체결 하는 등 석유개발 해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석유 비축기지·허브터미널 건설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암모니아 저장·유통 인프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탈탄소 기술 개발은 이제 조선산업의 필수 과제다”라며 “회사는 수소와 암모니아 등 대체 선박 연료 추진 기술 개발에 매진해 탈탄소 선박 실용화 시대를 앞당김과 동시에 글로벌 조선시장을 리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重, 탄소 배출 제어 기술 인증 획득

삼성중공업은 스마트 선박제어 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삼성중공업은 한국선급(KR)으로부터 스마트 출력 제한 시스템인 ‘SSPL(Samsung Smart Power Limitation)’에 대한 기본 인증(AIP)을 획득, 본격적인 상품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SSPL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메인엔진 또는 엔진 축으로부터 엔진 출력을 계측해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관리하는 친환경 스마트 기술이다.

선박 에너지 효율 평가에 따른 엔진 출력 제한 설정, 데이터 자동 기록‧저장 및 육상 전송, 선급 검사에 필요한 기술 리포트 생성 등을 서비스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선박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2023년부터 EEXI 규제한다고 예고했다. EEXI는 400톤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1톤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수치화한 값이다.

이에 따라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 제한 및 에너지 절감 장치 설치, 저탄소 연료 추진 선박으로의 개조 등 탄소 배출 저감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이 중 엔진 출력 제한(EPL‧Engine Power Limitation) 및 축 출력 제한(ShaPoLi·Shaft Power Limitation)이 즉각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판단하고 ‘SSPL’ 개발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 SSPL 관련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이번 선급 기술 인증 획득으로 실선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올 하반기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김진모 삼성중공업 글로벌신사업팀장은 “SSPL은 삼성중공업의 고효율 선박 건조 노하우와 스마트십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컴팩트한 친환경 제품”이라며 “선박의 대규모 개조 없이 탑재가 가능해 경제적으로 EEXI 규제에 대응하려는 선사에게는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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