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성인 2D영화 1만4000원 시대
코로나19 장기화에 불가피한 선택
2020년 2월부터 25개월 연속 적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CJ CGV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화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위기를 극복하고자 다음달 4일부터 영화관람료를 인상한다고 25일 밝혔다.

성인 2D영화관람료는 1천원이 올라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조정된다.

IMAX를 비롯한 4DX, ScreenX, SPHEREX, 스타리움 등 기술 특별관은 2천원, 씨네드쉐프, 템퍼시네마, 골드클래스 등 고급관은 5천원씩 인상된다. 무비머니(영화관람권)도 동일하다.

다만 군인·경찰·소방공무원 및 장애인·국가 유공자 우대 요금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됐다.

CGV는 “코로나19 이후 영업시간 제한과 띄어앉기 등의 제약으로 관객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주요 기대작들이 개봉을 미루며 영화산업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관의 적자는 누적돼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제작과 투자·배급 등 영화산업 생태계 전체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영화계가 겪는 어려움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잘 나타난다.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의 매출은 1조239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2년 연속 감소 중이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조5093억원) 대비 약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극장 매출감소율은 이보다 더 높아 2019년(1조9140억원) 대비 70%가 급감했다.

한국 상업영화의 추정 수익률도 50% 가까이 쪼그라들어 영진위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봉하는 영화들의 대부분이 제작비 대비 50%가량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개봉하는 영화마다 수익을 거두기 힘들어지면서 60여편이 넘는 상업성 있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개봉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해외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다. 개봉이 확정된 영화들마저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개봉일을 변경해야 하는 등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CGV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후 지난 2020년 2월부터 25개월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CGV는 임차료·관리비 등 고정비 증가, 상영관 취식 금지로 인한 매점 매출 급감, 영업시간 제한, 좌석 띄어앉기, 방역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지난 2년간 국내에서만 약 3668억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설 연휴가 있던 지난달 이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영화산업 선순환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CGV는 지난 여름 영화 ‘모가디슈’, ‘싱크홀’ 등 약 88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배급·제작사에 지원했다. 한국영화의 개봉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지금까지도 개봉하는 영화들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등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CGV는 이번 영화 관람료 인상을 통해 제작·투자·배급 등으로 분배되는 금액이 늘어나 영화업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CGV 자체로도 극장 안정화·사업 개편 등을 추진하며 생존을 위한 기반 마련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CGV 관계자는 “투자·제작·배급·상영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국내 영화산업은 코로나 이후 그 어떤 산업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어 붕괴 직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영화산업의 생존을 위해 피치 못하게 관람료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을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분의 부담을 늘리게 돼 매우 죄송하며 좋은 영화들이 계속 극장에 걸리게 하고 이를 통해 전 국민이 위로를 받으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극장업계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에서는 텐트폴(기대작) 영화의 경우 1~1.5달러의 추가 요금을 받는 정책을 이번달부터 시행 중이다.

세계 2위 영화관 체인인 씨네월드도 영국에서 지난해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후 영업을 재개하면서 평균 영화 관람료를 40%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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