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식·음료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스타트업과의 협업·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식재료 분야에 투자를 결심했고 오비맥주는 맥주 부산물을 활용하는 기업을 육성 중이다. 또 CJ제일제당은 국내를 넘어 미국 대체단백 전문펀드에도 현금을 투자했고 SPC그룹도 미국의 푸드테크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편집자주]

<사진=하이트진로>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식재료·게임 등 다방면에 투자
오비맥주, 맥주박 신사업 스타트업과 협업
CJ제일제당, 美 대체단백 전문펀드에 관심
SPC그룹, 스타트업 발굴 전담부서 만들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CJ제일제당, SPC그룹 등 다양한 식·음료회사가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다양한 분야에, 오비맥주는 본업과 관련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CJ제일제당과 SPC그룹은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전문 조직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를 스타트업 투자 확대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단발성 투자가 아닌 투자 후에도 스타트업과 지속 발전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업을 모색하고,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이트진로는 식재료 비교 주문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 엑스바엑스(서비스명 오더플러스)를 투자처로 선정하고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연간 55조원의 B2B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 온라인 식자재 유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더플러스는 식당과 식자재 전문 유통업체를 연결하는 B2B 중개 플랫폼이다. 약 14만종의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으며 현재 전국 약 3500개의 식당과 거래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앞선 2020년 11월에는 수산물 온라인 중개 플랫폼 푸디슨과도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식재료 플랫폼 스타트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마트팜 퍼밋에 후속 투자했다. 하이트진로가 2020년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한 이후 첫 후속 투자다.

퍼밋은 약 130개 선도 농가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10년간 축적한 탄탄한 데이터가 차별점이다.

이 역량을 기반으로 지능형 패키지 온실, 업소용 신형재배기 등 스마트팜 산업의 성장을 이끌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상용화해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루고 있다.

올해는 농협경제지주와 협력해 초보 농업인들을 위한 맞춤 스마트팜을 제공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하이트진로는 게임사, 플랫폼 기업, 브랜드 개발사 등 이종산업에도 투자했다.

온라인 스포츠 퀴즈 게임사 데브헤드,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 스페이스리버, 운동시설 회원권 O2O 플랫폼 스톤아이, 예술작품 등 지적재산을 상품화·판매하는 플랫폼 옴니아트 등이다.

하이트진로가 투자한 식품 관련 기업도 있다.

온라인 가정간편식(HMR) 쇼핑몰 운영사 아빠컴퍼니, 신선식품을 확보·유통하는 푸드 플랫폼 식탁이있는삶, 나물 가공 유통 플랫폼인 엔티 등이다.

오비맥주는 본업과 관련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리하베스트, 라피끄가 있다. 오비맥주가 서울창업허브와 함께 스타트업 아이디어 공모전 ‘스타트업 밋업’을 개최해 발굴한 회사다.

라피끄는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개발 솔루션을 사업화 준비 중이며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와 협업해 맥주 부산물(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한 고단백 간식 등을 개발·판매한다.

CJ제일제당은 그동안 벤처캐피탈 계열사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을 통해 투자를 진행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전문 조직을 구성해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뉴 프론티어팀을 꾸려 국내·외 식품 분야 기업에 투자한데 이어 이어 9월에는 바이오 사업부문에서도 비슷한 테크 브릿지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국내·외 스타트업과 미국 대체단백 전문펀드 등 10곳에 투자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를 사업 관점에서 이해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CJ제일제당은 설명했다.

새로 투자한 글로벌 스타트업은 미요코스 크리머리, 플렌터블, 시오크밋 등 미래 대체식품 관련 기업이다. 글로벌 대체단백 전문펀드 중 최대 규모인 우노비스에도 투자해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은 케어위드, 리하베스트 등 다양한 식품영역에 투자해 기존 사업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SPC그룹도 지난해 디지털 사업 전문 기업 섹타나인을 출범하고, 같은해 4월부터 사내에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을 위한 전담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섹타나인은 우선 인재 수혈에 힘을 싣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출신의 이경배 대표가 중심이 돼 현재까지 카카오를 비롯한 다양한 IT분야의 인재를 수혈받는 중이다.

투자담당 부서를 이끄는 현능호 상무는 게임 개발사 게임빌, 위니플의 창업 멤버로 알려졌다.

실제로 SPC그룹은 지난 2020년 3월에 미국의 푸드테크 기업 저스트(Eat JUS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저스트는 녹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달걀 맛을 구현한 제품 ‘저스트 에그’를 선보여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SPC삼립은 저스트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관련 제품을 출시했고 앞으로 저스트 에그 등을 독점 공급할 계획이다.

SPC는 또 밀키트 제조 전문기업인 푸드어셈블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푸드어셈블은 2018년 설립된 밀키트 제조 업체로, 자체적인 R&D 기능 등 핵심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자사쇼핑몰을 비롯해 쿠팡, 카카오톡, 이마트몰, SSG닷컴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SPC삼립 관계자는 “밀키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밀키트 스타트업과 상생할 수 있는 업무협약을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피그인더가든과 삼립잇츠 등을 밀키트 영역까지 확장해 푸드 사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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