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시선으로 본 경제 이야기

유휘량 작가
유휘량 작가

필자는 SNS를 자주한다. 그러면서 여러 개인들을 만나고 소통한다. 가끔 광고도 마주한다. SNS의 순기능도 있지만 최근의 SNS 광고를 보며 필자는 약간의 속상함을 느꼈다. 그것은 모두가 결핍만을 폭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욕망은 결핍의 다른 말이라 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욕망하는 이유는 욕망이 결핍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욕망한다. 이렇게 볼 때 SNS에서 ‘결핍의 폭로’는 욕망이 충만하다는 것을 반증해 보이는 듯하다.

그러고 보면 광고에서 욕망은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기업 마케팅도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그냥 욕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욕망을 심어 자신들의 생산품을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 마케팅의 중요한 축이다. 최근 SNS 마케팅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의 특징을 살펴보면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욕망을 어떻게 ‘심어’ 넣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첫째로 최근 마케팅에서는 소비자들을 ‘당신은 개인적이며 주체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당신들 모두 자신 욕망의 주인이며 스스로 소비를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을 먼저 소비자들에게 알려준다. 한병철 교수가 저서 『피로사회』에서 성과사회 주체의 특징을 ‘스스로를 경영하는 주체’, ‘스스로가 subject가 아닌 project적인 주체‘로 꼽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현명하며 스스로가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린다. 그러나 이 점이 역설적인데, 정말 소비자들이 스스로의 욕망을 잘 알고 있다면 마케팅적으로 그들이 ’자신이 욕망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중복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주문은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은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진리적인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둘째로 SNS 광고에 등장하는 주체들은 모두 일반인, 유명하지 않은 ‘개인’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업들은 샐럽(샐러브러티)이나 인플루언서라는 한 개인을 통해서 제품을 홍보하기는 한다. 이것은 그전에도 있었던 마케팅 방법이지만, 최근의 마케팅 홍보 방법은 유명인이 아닌 정말 일반인의 경험을 광고로 노출시킨다. 이것은 SNS의 특징을 반영한 것인데 SNS의 주체들은 ‘개인적인 사람들’이다. SNS 광고에서는 SNS 접속자들이 그 광고를 ‘의심하지 않도록’ 아주 평범한 개인을 등장시킨다. 다시 말해 기업이 기업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감추고 개인을 등장시켜 일종의 친밀감을 형성시킨다.

셋째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SNS 광고에서 ‘개인’이 등장해 ‘자신의 결핍’을 스스로 폭로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광고들은 “00기업의 제품이 좋다”, “이 제품은 필수다.” 라는 전제를 하지 않는다.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이나 브랜드 가치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단지 광고에 일반 개인이 등장해 ‘저의 결핍은 이것이었으나 이 제품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라는 점을 주요 키포인트로 삼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이런 모습들은 마치, 종교적 고해성사와 같다 본다. 죄처럼 느껴지는(그러나 누구도 윤리적으로 그것이 잘못이라 말하지 않음에도) ‘결핍의 고백’은 소비자들에게 공감과 유대를 형성하며 기업이라는 ‘신부’에게 묵시적으로 용서받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 세 가지 특징을 주요점으로 삼아 보았을 때 최근 광고들은 결국 ‘스스로의 결핍을 폭로하라’는 이데올로기적 명령을 통해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한병철이 SNS에 대해 ‘모두가 서로를 감시하는 구조, 현대의 디지털 판옵티콘’이라 언급한 점을 생각해본다면, 최근의 마케팅 방법은 서로의 결핍을 서로가 폭로하고 그것을 서로가 관음함으로써 그것을 욕망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에, 모두가 자신의 순수한 욕망을 상실하고 있다. 대체로 타자의 욕망을 관음하면서 자신의 욕망이 이것이라고, 이것이야 말로 모두가 바라는 욕망이라고 믿고 있는 시대이다. 자신에게 실종된 욕망을 타자에게 전이하고 찾음으로써 오늘날 소비자들은 어떤 ‘안정감’을 추구하고 있다. 타자가 나와 같음이 주는 안정감은 더 이상 불안해지고 싶지 않고자 하는 현대의 주체들의 한 면모이다.

SNS 광고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필자가 느꼈던 것은 이제 순수한 자신의 ‘욕망’이 부재한 채 자신의 ‘결핍’만을 상기시키는 현대 사회의 구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점점 마음은 공허하고 텅 빈 상황에서, 우울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에서, ‘소비 욕구’만 충족시키는 사회에서 ‘자본’ 외에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더 이상 찾지 않는 시대이다.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살면서 마주하는 많은 ‘자본적’인 것들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사유하는 법’과 ‘의심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에 그렇다. 

유휘량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 석사 졸업, 현대문학 현대소설 전공 박사수료

지금까지 시를 꾸준히 써왔고,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부마항쟁기념재단, 숲과나눔재단,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책임자로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으며, 통일인문학단, 통일부, 국방부,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정신문화재단 등에서 논문으로 여러 차례 수상을 하였다. KCI에 논문을 다수 게재하였으며, 공저로 <몸의 미래 미래의 몸>이 있다. 현재 한겨레교육에서 문학, 정신분석, 철학 등 문예창작에 필요한 이론들을 강의하고 있으며 2022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에 시부문 <스케치 - 기린의 생태계>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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