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샛별 산업부 기자
주샛별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주샛별 기자] 지난달 25만 원짜리 호텔 케이크가 등장했다.

호텔 케이크는 보통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지만 매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자 ‘배짱장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재료비 상승 영향도 있겠으나 해마다 껑충 뛰는 가격에 올해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잘 팔린다.

서울신라호텔의 지난해 12월 케이크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80% 급증했다. 롯데호텔의 크리스마스 노엘 케이크는 현재 전량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프리미엄 쇼트 딸기 케이크도 크리스마스 기간인 23~ 25일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없어서 못 팔 지경인 것이다.

이는 MZ세대의 영향이 컸다. ‘스몰 럭셔리(적은 금액으로 사치를 누리는 소비 트렌드)’를 즐기며 SNS에 공유하기 위해 고가의 디저트를 맛보는 2030세대들이 증가해서다.

그러나 가격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MZ세대들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품질 때문이다.

홍보용 이미지와 실제 케이크의 색감 차이, 사진 보정 문제 등이 지적됐다.

특히 최근 A사가 판매한 6만8000원 상당 고가의 호텔 케이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논란을 심화시켰다.

한 포털 예약페이지 방문자 리뷰에는 “퀄리티 최악이다”, “사진과 너무 다르다”, “이걸 정녕 호텔 케이크라고 할 수 있을지” 등 불만이 쏟아졌다.

B사 케이크에 더한 평가는 더 심각하다.

“5만원을 주고 예약했는데 동네 골목 후미진 빵집 진열장에 일주일동안 묵혀있는 케이크보다도 못하다”, “파티쉐가 아닌 원데이클래스 수강생들이 만든 건가” 등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호텔 측은 “예상보다 훨씬 주문량이 빠르게 늘었다”는 등 서둘러 사과문을 올렸으나, 비싼 가격에도 기대감을 갖고 구매한 고객에게 낮은 퀄리티의 제품은 너무하지 않나 싶다.

다소 비싸더라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도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이른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다. 이들은 호텔들의 고급화 전략이 통한다.

그러나 질 낮은 제품을 비싼 가격에 구매해 SNS 상에서 자랑하고 싶은 고객은 없다.

호텔들이 고급화에 따른 가격 인상뿐만 아닌 고품질의 상품을 선보이는데도 애써주길 바란다. 가격 논란 속에서도 만족한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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