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소희 기자]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의지를 굳히지 않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국조선해양과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만료 시점을 올해 12월까지 3개월 추가 연장하며 이번 딜을 어떻게든 본인 임기 중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조선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동량 증가와 탄소중립 달성 기조에 따른 고부가선박의 수요 증가로 호황을 맞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계 1, 2위를 다투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양사도 마찬가지다. 10월 말 기준 한국조선해양은 총 204척을 수주하며 수주액 199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50척(85억8천만 달러)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양사는 이미 올해 수주 목표치를 각각 133%(149억), 111%(77억) 초과 달성했다.

향후 조선업 전망도 밝다. 국제해사기구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 선박 수요는 큰 폭의 증대가 예상된다. 영국 조선시황 분석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선박 발주량이 현재의 2배 수준인 1천900여 척까지 늘어날 것이라 분석했다. 선박가 또한 고부가가치선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는 LNG선 분야에서 국내 조선사는 압도적 경쟁우위를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사는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14만㎥)선 38척 중 37척을 수주했다. 이중 한국조선해양이 29척, 대우조선해양이 6척을 수주, 총 35척을 독식했다.

지난 2분기 후판 가격 인상분 선반영 영향으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실적 또한 하반기 이후 대대적인 개선이 기대된다. 수주 잔고가 쌓이며 내년 이후 이익 규모 또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산업은행의 합병 지속 추진 결정은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의 최대 걸림돌로 평가받는 EU 경쟁당국은 양사의 합병 승인 조건으로 LNG운반선 독과점 해결을 요구 중이다. 이는 국내 조선업의 핵심 사업을 넘겨주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결정을 내렸던 2019년과 현재 조선시황은 다르다. 독자 생존이 가능한 시점에서 두 기업 간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 먹는 일이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의 무리한 합병 추진은 아집으로 보일 뿐이다. 이동걸 회장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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