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비양심적인 제약사들에 대해 징벌적 수준의 행정처분이 필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 힘)이 국정감사 자료에서 한 말이다.
백종헌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위반 제약사는 189개나 됐다.
백의원에 따르면 200개 가까운 제약사가 정부기준까지 어겨가며 의약품을 만든 것이다.
바이넥스·비보존제약을 시작으로 종근당 등 대형제약사까지 불법적인 제조 행위가 발견됐다. 적발율도 2019년 21%에서 올해 57%로 늘었다.
2회 이상 중복 위반 업체 수는 118개나 됐고 4회 이상 위반한 업체만 45개였다. 심지어 10회 이상 위반한 업체(2곳)도 있었다.
또 최근 5년간 식약처가 제약업계 리베이트로 적발한 사례는 35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 중 22곳의 제약사가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37001) 인증을 받은 곳이라는 점이다.
신풍제약과 일동제약 등은 리베이트로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인증을 받기도 했다.
불법 리베이트와 GMP 위반은 제약사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수년 전부터 고쳐야 할 병폐로 취급받던 주제며 제약업계의 이미지를 깎아 먹은 주범이다.
틈만 나면 제약보국을 부르짖으며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일할 것처럼 홍보하는 것과 무척이나 대비된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GMP의 공통된 목표인 ‘제품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피해로부터 최종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정 노력이 실패하면 결국 강제적인 규제가 따라온다. 임직원 형사처벌과 영업정지, 거액의 과징금, 건강보험 적용 배제 등 회사 존립에 큰 타격을 주는 처벌이 불가피해진다.
생존의 기회는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한다. 지금도 불법 리베이트 제재가 강력하고 서류조작도 새로이 규제를 강화해 처벌조항이 강력한데 더 강해진다면 좋을 게 하나 없다.
운 좋게 절차적인 혹은 법률적인 하자를 문제 삼아 생존에 성공하더라도 마지막은 구차해질 뿐이다.
제약사의 본질을 훼손한 건 변함없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윤리헌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약기업의 사명은 생명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의약품을 개발하여 국민과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이 윤리헌장이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