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9장 클럽 비따비(1) 소라와 재림이 기다린 곳은 십 대들이 몰래 드나든다는 클럽이었다. 난생 처음 그런 곳에 가게 된 나는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꼈다.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숨은 공간, 우리 또래들만 갈 수 있는 공간. 마치 길거리를 각자 떠돌던 고양이들이 한곳으로 모여든 것처럼 아이들의 눈빛에는 어딘지 모르게 허기진 구석이 있었다. 소라와 재림은 자주 드나든 애들처럼 자연스러웠다. 눈이 휘둥그레진 내가 계속 놀라자 용주가 내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정대 역시 용주와 가끔 왔었다며 흥분한 표정이었다.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8장 내가 그랬나(2)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이곳에 닿기 전까지의 삶이 먼 곳의 일처럼 여겨질 만큼. 감당하기 힘든 증오와 끓어오르던 복수심도 잠시 소강상태를 맞은 것처럼 잠잠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감춰진 죄책감을 부추겼다. 뭔가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기타를 잡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여자의 권유로 어깨와 갈비뼈 통증 치료를 받았다. 근육파열을 방치한 탓에 생각보다 치료가 더뎠다. 나는 말리의 식당 일을 도우며 틈틈이 쉼표에서 첫날 읽다 만 지미 핸드릭스 책을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8장 내가 그랬나 구보아저씨는 젊은 시절 음악계에선 꽤 알려진 유명 기타리스트였다고 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갑자기 사라진 구보아저씨는 그 이후 음악계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했다. 구보아저씨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지만 아저씨는 금세 잊혀진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오랜 세월 떠돌면서 건강을 많이 잃은 건지 처음 만났을 땐 팔을 거의 쓰지 못했다고 했다. 1년 넘게 재활치료를 받아서 이제는 그나마 팔의 신경이 거의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혹시 아까 그 기타에 대해 아는 거 있으세요?”“아 그 기타, 볼수록 매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이 누적 관람객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기획사 이엔에이파트너스는 지난달 2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이 일평균 2,700명의 관람객에 힘입어 누적 관람객 수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10일 밝혔다.역대 최대 규모로 서양 명화가 전시되는 만큼 단순 관람을 넘어서 학술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몇 년 새 급격히 높아진 회화 인기로 인해 평일에도 관람객들이 북적이고 있다.명화전 한 관람객은 “명화를 사진으로 접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7장 오해(3) *당시 루시퍼를 훔친 뒤 우리는 기타 주인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누구도 내색할 수 없었다. 주말 동안 멤버들은 동아리실에 모여 페스티벌 참석에서 누가 루시퍼를 연주할지에 대해 의논했다. 당연히 메인 기타 포지션인 용주가 연주를 해야 맞지만 용주는 일렉기타와 베이스를 연습해왔다. 어쿠스틱은 내 포지션이었기에 다른 멤버들은 용주와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나는 루시퍼를 연주하는 것이 왠지 두려웠다. 그럼에도 루시퍼는 꼭 내가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라가 의견을
▲조정행씨 별세, 김승규(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솔루션2본부장·이사)씨 장인상 = 26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실, 발인 28일. [02-2258-5940]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오해(2) *가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노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가게로 다시 들어갈까 하다 바깥을 둘러보았다. 마당이 있는 쪽 담을 끼고 옆으로 돌았다. 길게 이어진 골목은 주택가였지만 낡은 집이 대부분이었다. 드문드문 허물어진 폐가도 여러 채 보였다. 재개발 구역이거나 버려진 동네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4차선 도로 건너편과는 전혀 다른 얼굴처럼 분위기부터 달랐다. 맞은편 동네는 신축 건물과 함께 새로 생긴 듯한 상점들이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었다. 이쪽과 저쪽이 찻길을 사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혁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의 투명한 기업문화가 재조명 받고 있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증권사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하한가 속출 사태 등으로 금융투자업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투명경영을 철칙으로 지켜온 금융사들이 주목받고 있다.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12년 전 밝힌 투명한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다시금 업계 내에 회자될 정도로 투명경영은 금융투자업계의 최우선 명제로 떠올랐다.박 회장은 지난 2011년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경영자 대상을 수상한 후 “미래에셋은 지주사 체제로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대상으로 마녀사냥에 나서고 있다.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개최해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금융회사 스스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구분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을 명확히 해 책임을 묻겠다는 게 이날 발표한 제도개선 방안의 골자다. 앞으로 발생하는 금융사고의 책임을 금융회사의 담당 임원들이 미리 맡아서 지도록 하자는 거다.좋은 취지다.그간 일부 금융사의 부실한 경영과 불완전판매로 인해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전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7장 오해(1) 모텔 문을 나서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사내가 뒤쫓아 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작정 뛰었다. 그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그 옛날 기타를 훔쳐 달아나던 때와 오버랩 되었다. 도망치는 것이 맞는 걸까. 모텔 사내는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지 내 숨소리만 요란했다. 비가 그친 뒤라 그런지 쌀쌀했다. 안개가 찻길과 건물들을 부옇게 채웠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공중으로 퍼졌다. 아침이 다가오는 것 같았지만 안개 때문인지 동네는 여전히 깊은 밤처럼 고요하고 신비로웠다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6장 기타 루시퍼(3) 용주는 생각보다 치밀했다. 언제 이렇게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열쇠까지 맞춰둔 걸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했다. 구멍에 열쇠를 넣고 차분하게 현관문을 따는 용주를 보자 나는 용주가 조금 무서워졌다. 정대는 현관문 근처에 숨어 망을 보았고, 나는 용주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집이 비어 있다고는 했지만 갑자기 누군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용주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나와는 달리 용주는 몹시 침착했고 마치 아는 집에 들어온 것처럼 자연스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6장 기타 루시퍼(2) *청계천을 다녀온 뒤 우리 멤버는 자주 모였다. 우리가 다니던 교회 옆 맥도널드 2층은 언제나 한산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용주를 중심으로 모의를 했다. 용주는 우리들만의 기타를 마련해야 한다며 썰을 풀기 시작했다. ‘진정한 음악가에겐 최고의 장비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용주의 말을 정리하면,‘진정한 음악가 = 좋은 악기 소유 = 비싼 악기’이런 등식이 성립했다. 최상의 기타를 찾아야 했다. 그것도 단 한 대 뿐인 기타 ‘루시퍼’여야 했다. 우리의 가슴에 별을 품게 만든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6장 기타 루시퍼(1) 용주는 우리를 청계천 악기사가 모여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나라에 단 한 대뿐인 기타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리는 악기사를 차례로 돌며 용주가 설명한 디자인과 비슷한 기타를 찾기 위해 꼼꼼하게 뒤졌지만 끝내 만날 수 없었다. 악기사의 주인들은 그런 기타가 존재할 리 없다며 어이없어 하거나, 애들의 쓸데없는 호기심 정도로 무시했다. 나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확신에 찬 용주의 말을 믿기로 했다.대부분의 악기사 전문가들은 한 대 뿐인 희귀한 기타 같은 건 프로 뮤지션이 된 다음 관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5장 거울로 가득한 방(1) 방에 들어오자마자 불도 켜지 않고 우두커니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모든 게 사라져 버린 어둠 속에서 빗소리만 존재를 드러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외부의 ‘소리’라는 것에 집중했다. 어떤 것에든 소리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 소리는 각자의 고유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인의 기타가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어떻게 그토록 멀쩡할 수가 있을까. 17년 전 잃어버린 기타를 이런 엉뚱한 장소, 엉뚱한 시간에서 마주칠 줄이야.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4장 쉼표(2) “잠깐이라도 앉아서 보세요.”여자가 의자를 가리켰다. 나는 고개만 끄덕하고 계속 서서 책을 읽어나갔다. 그가 들려주는 록 인생은 충분히 매혹적이어서 비에 젖듯 속수무책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 전설의 뮤지션들의 삶을 새롭게 각색해서 생생하게 들려주던 용주가 떠올랐다. 용주는 그 시절 뮤지션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다 알게 된 걸까. 용주를 떠올리며 책장을 넘겼다. 내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뿜어져 나왔다. 기타의 여러 모양을 본뜬 텍스트 디자인이나 간혹 등장하는 핸드릭스의 공연 장면
2023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는 전설적인 명품 기타 ‘루시퍼’를 매개로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젊은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들만의 삶의 길을 만들어가는 신선한 소재로 전개된다.밴드 그룹 ‘비따비(Vis ta Vie)’를 결성하며 작품을 종결하는 결말 또한 새롭다. ‘비따비’는 우리말로도 뭔가 색다른 의미를 생성하고 있지만, 프랑스어로는 “네 인생을 살아라”는 뜻이다.기성세대가 요구하는 틀을 벗어나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조금은 불안하고 불완전하나 이 또한 ‘젊음’이라는 위치가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어린이’ 창간 100주년 기념 차상찬 학술대회가 강원문화교육연구소(소장 정현숙)와 한림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소장 염정섭) 공동 주최로 이달 12일 오후 2시 한림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된다.이날 학술대회 첫 순서로 정현숙 강원문화교육연구소 소장이 ‘차상찬 선양 사업 보고와 계획’을 발표한다. 차상찬은 어린이날 제정과 어린이 운동에 크게 기여하고, ‘어린이’ 창간을 주도했으며 주요 필자로도 활동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차상찬의 성과를 조명하고, 춘천의 지역브랜드인 ‘어린이 수도’와 관련한 콘텐츠 개발을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4장 쉼표(1) 잠결 내내 기타 긁는 소리를 들었다.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어 새벽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겨우 잠이 들었다. 결심은 자꾸 흔들렸고 또 하루를 보냈다는 자책은 깊어졌다. 꿈인지 현실인지 기타 긁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극심한 자책감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주었다. 벌써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그제야 벌떡 일어나 모텔을 빠져나왔다.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런 뒤 레트로 가든 쪽으로 걸었다. 노인의 기타를 꼭 확인하고 싶었다. 노인은 또 어딜 간 건지 레트로 가든은 어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3장 수상한 밥집(2) 마침 출입문이 열렸고 중년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이 들어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식당남자가 인사를 하며 다가가자 여자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치즈라면을 시켰다. 남자는 주방으로 들어갔고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이 짙게 밴 몸짓이었다. 나 역시 꼼짝하지 않고 여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내가 앉은 탁자와 여자가 앉은 탁자 사이로 음악이 출렁거렸다. 구부정하게 움츠린 여자의 등이 신경 쓰였다. 정물화 속에 뛰어든 인물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있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 수교를 기념해 영국 내셔널갤러리와 함께 개최하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의 얼리버드 입장권 판매를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입장권 판매 기간은 이달 25일부터 5월 3일까지며 가격은 나이와 상관없이 1만원이다. 할인 전 가격인 성인 1만8,000원보다 45%, 청소년 1만5,000원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기간 중 매진될 수도 있다.입장권은 6월 2일부터 7월 23일까지 전시기간 중 관람 일자와 회차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