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지옥 서초터미널, '미래형 교통허브'로 환골탈태... 강남 지형 바뀐다
현대경제신문 홍미경 기자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가 본격적인 복합개발 단계에 들어서며 강남 도심공간 재편의 신호탄이 올랐다.
서울시는 26일 신세계센트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함께 서초구 반포동 일대 부지(14만6260.4㎡) 개발을 위한 사전협상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서울의 남부 거점축을 새로 짜는 핵심 프로젝트로, 교통·업무·상업·주거·문화 기능이 결합된 ‘입체 도시’ 구상이 중심에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1977년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조성돼, 수도권과 전국을 잇는 국가 대표 교통거점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기반시설은 노후화됐고, 부지 절반 이상이 주차장으로 점유되며 주변 보행 흐름을 단절시켜왔다. 열차·버스·지하철이 집중된 고속터미널역 특성상 차량 혼잡, 미세먼지, 소음 등의 장기 문제도 누적됐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단순 재건축을 넘어 도시구조 자체를 ‘입체 재정립’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지하에는 고속버스 터미널과 환승시설을 통합 배치하고, 지상부에는 초고층 복합건물이 들어서는 형태다. 계획안에는 최고 60층 규모의 복합타워와 업무·주거·숙박·문화시설이 포함돼 있으며, 강남 도심과 한강이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열린 공간 구조가 특징이다.
민간 사업자가 제시한 핵심 콘텐츠는 ‘미래교통플랫폼’ 구축이다. 경부·영동·호남선 등 노후한 버스 터미널을 통합 지하화하고, 고속버스 전용 직결차로를 새로 설치해 지상부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획이 담겼다. 또한 도로 입체화·지하화, 한강 방향의 입체 보행교 설치, 보행 네트워크 확장 등을 통해 공간 단절을 줄이고, 도심과 한강을 도보로 이어주는 구조적 개선도 추진된다.
이러한 교통·보행 인프라 계획은 단순 편의 개선을 넘어 도시 내 수평·수직 이동의 흐름을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체 교통체계는 단절된 대지와 기능을 통합해 3차원적 도시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라며 “도시 내 다층적 이동 구조를 구현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발 부지는 지하철 3·7·9호선이 교차하는 한강 이남 유일의 ‘트리플 역세권’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와의 연계, 그리고 국제교류복합지구·GBD·YBD·용산국제업무지구를 잇는 도심권 네트워크 재편의 중심 노드로 기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터미널 개발이 강남권 공간 구조의 ‘수평적 확장’에서 ‘수직적 입체화’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기존의 단일 기능(교통) 중심 공간에서 복합 기능(업무·문화·주거)을 함께 담는 ‘도시 속의 도시’로 진화하는 셈이다.
서울시 도시계획 관계자는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는 도시적 시간의 켜(layer)가 가장 많이 쌓인 곳 중 하나로, 이번 개발은 교통의 도시에서 교류의 도시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사전협상 과정에서 공공기여와 공공성 확보를 핵심 원칙으로 두고 있다. 도로·보행·한강 연계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지역 생활서비스, 공공시설, 광역 교통개선 등이 중심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은 기능노후화 대응을 넘어 한정된 도심공간을 입체적으로 재편하는 도시설계 실험”이라며 “국제교류복합지구·GBD·YBD·용산을 잇는 글로벌 비즈니스 벨트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의 성패가 ‘공공성의 구체화’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 전문가는 “세계적 복합개발의 성공 사례는 단순한 스카이라인보다 시민에게 열린 공간 구조에서 나온다”며 “보행권과 공공시설 조화를 통해 진정한 ‘입체도시’ 모델로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