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빚은 역설... 올겨울 ‘예년보다 포근’·10도 이상 급변 가능

2025-11-25     홍미경 기자
올겨울은 평년보다 덜 춥고 상대적으로 포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표면적인 ‘따뜻한 겨울’ 뒤에는 지구 대기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기후학적 신호가 숨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홍미경 기자 | 올겨울은 평년보다 덜 춥고 상대적으로 포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표면적인 ‘따뜻한 겨울’ 뒤에는 지구 대기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기후학적 신호가 숨어 있다.

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은 오르지만,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충돌로 극단적인 한파나 폭설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경고다.

기상청이 24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우리나라의 기온은 평년 수준이거나 다소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12월은 평년(0.5~1.7도)과 비슷할 확률이 50%, 평년 이상이 30%, 내년 1월과 2월도 각각 평년 수준 혹은 웃돌 확률이 50~70% 수준으로 제시됐다.

53년간의 기온 관측 자료를 보면, 국내 1월 평균기온은 1.6도, 2월은 2.1도가량 상승했다. 기후학적으로 ‘추운 겨울의 길이’ 자체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겨울 상대적 고온의 배경에는 스칸디나비아 해역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티베트 지역의 눈 덮임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대기로 공급돼 한반도 부근의 고기압성 순환이 유지되고, 따뜻한 남서풍이 유입되기 쉽다.

티베트 지역의 눈 덮임이 줄면 태양복사열이 지표에 더 흡수돼 상공의 고기압이 강화되면서 동아시아 전반에 온난한 기류가 머문다.

이 같은 현상은 단기적인 기상 요인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의 구조적 결과로 읽힌다. 북극을 둘러싼 해빙 면적은 1979년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됐고, 북극권의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지면서 제트기류가 약화됐다. 이에 따라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인 한반도로 간헐적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북극 한기 남하’ 현상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

기상청은 올겨울을 “전반적으로 포근하지만, 변동성이 크다”고 요약했다. 바렌츠해와 카라해 해빙이 적은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 우랄산맥 부근에 블로킹이 형성돼 찬 대륙고기압이 밀려들 가능성이 있다. 

조경숙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우랄 블로킹이 나타나면 대규모 한기가 남하해 단기간에 기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학자들은 최근 우리나라 겨울을 ‘포근하지만, 더 극단적이 된 계절’로 설명한다. 기온이 평균적으로 오르면서도 한파의 강도와 빈도는 오히려 더 불규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 하의 전형적 특징으로, 북극 급속 온난화(AA, Arctic Amplification)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외 기상기관 11곳의 통합 기후모델은 올해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53~59%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안심할 만한 겨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한반도 주변에 머무는 대기 압력계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짧은 기간에 기온이 10도 이상 급변할 수 있고, 지역적인 폭설 발생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가운데, 겨울철 온도 하강과 함께 약한 라니냐가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라니냐가 등장할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몰리고, 반대로 남부는 건조한 날씨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기온 자체보다 변동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올겨울도 큰 틀에서는 평년 수준이지만, 지역별 폭설·한파 등 위험기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