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은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과 관련, "많은 국민들이 (직권상정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장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직권상정 강행처리를 했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올바르게 생각할 것으로 본다"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정치권과 의장이 노력했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과거의 관례를 참작해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지를 (한나라당의) 정식 요구가 오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FTA 상황이) 상당히 만숙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박 의장은 "비준안이 12월로 넘어가면 늦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는 "누가 12월로 넘긴다고 하던가"라고 답변했다.

그는 "결단을 한 번 다시 들어보겠다"며 "그러나 길이 막히고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뭐가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지 않느냐"라는 질문에는 "카드가 없다고 손을 빼면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당수일 때 노태우 중간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을 언급하며 "야당 지도부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제발 김대중 대통령같은 통 큰 정치인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익 앞에 자신의 정치적인 야망과 당리 당략을 초월할 수 있는 선배 정치 거목의 자취를 뒤돌아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FTA협상 22조는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이 반드시 응하게 돼 있다"며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법보다 하위에 있는 장관급 서명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으로 시일을 끄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민주당에 협상의지가) 있는 지 없는 지 모르지만 외부에는 더이상 협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특히 중국 남송시대 시인 육유의 '산중수복 의무로 유암화명 우일촌'(山重水複 疑無路 柳暗花明 又一村, 산이 첩첩하고 물이 겹겹이라 길이 없을성 싶어도 버드나무 흩날리고 꽃이 피어오르는 그 곳에 또다른 마을이 있다)는 시를 언급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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