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최원병 현 회장(65)이 연임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18일 지역조합장 1167명이 선출한 대의원 288명이 투표에 참여해 치뤄진 선거에서 191표(66.3%)를 얻어 97표를 김병원 후보(전남 나주 남평농협조합장)를 누르고 당선됐다.

◇공룡조직 차기 수장에 최원병 연임

농협중앙회는 총자산 287조원,22개 계열사, 245만명의 회원을 둔 거대 조직이다. 4년마다 선출되는 회장은 '농업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특히 이번에는 내년 3월 농협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을 앞두고 실시되는 선거였다. 후보 헐뜯기 등의 선거 과열 양상이 빚어진 이유다.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16일 최덕규 경남 합천 가야농협조합장이 '선거 과열로 조직이 사분오열(四分五裂)되고 있어 심히 걱정된다'며 전격 사퇴한 바 있다.

최근 선관위는 특정 후보자를 비방한 혐의로 A씨 등 10명을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들은 소형 인쇄물을 배부하거나 전화·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지지 호소, 선거공보 배부 외의 방법으로 회장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농업협동조합법' 제50조 4항과 '농업협동조합중앙회정관' 제80조 6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현직 프리미엄으로 꾸준히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을 공략해 재임하는 데 성공했다.
최 회장도 투표에 앞서 실시된 소견발표에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농협에 실익을 줄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며 "6조원의 정부 지원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동차보험과 택배 사업 진출, 상조회사 설립 등 계획중인 일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농촌 지원자금도 10조원으로 늘릴 것을 약속했다.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바꿔 조합장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상생자금 5000억원을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후보 자격논란 '여전'…선거 후유증 '예고'

최 회장이 당선됐지만 선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농민신문사의 상근임원으로 재직한 채 출마한 것을 놓고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최 회장이 출자회사 상근 임원직에서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농협 정관(74조)을 어겨 후보 자격이 없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 4월 발생한 사상 초유의 농협 전산망 해킹사건에 대한 최 회장의 자질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당시 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나도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실무자에게 책임을 미뤄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비상임이라는 이유로 징계도 면했다.

한편 최 회장과 김 조합장은 지난 2007년 선거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김 조합장이 1위를 했지만 과반 이상의 표를 얻지 못했다. 이후 재투표에서 4.6%의 근소한 차이로 최 회장이 선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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