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보험업계가 최근 '난임 보험', '소아비만 보험' 등의 신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다. 지난 2017년 이후 중단됐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의료 데이터를 이용해 신상품이나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해당 상품을 준비하려면 외국 데이터만을 참고해야만 했다. 외국에서 받은 데이터는 국내 상황과는 맞지 않아 보험상품을 만들거나 보험료를 산정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해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지난 7월 삼성생명 등 6개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을 최종 승인받으면서 보험사들의 공공 의료데이터 활용 문이 열렸다.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 역시 승인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심평원 데이터에 비해 건보공단 의료 데이터는 건강검진 자료 등과 다년간 추이파악이 가능해 보험사들의 관련 상품 개발에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4일 건보공단은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5개 민간보험사에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할 것인지를 논의했지만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의위는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가, 과학적 연구 기준에 부합하는가, 자료제공 최소화의 원칙에 적합한가 3가지 기준으로 심사했다.

심의위는 보험사들이 요청한 6건의 연구목적이 계층별 위험률 산출을 통한 보험 상품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봤다. 이를 통해 계층 선별의 목적이 정보주체인 국민을 배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험사에서 요청한 연구계획서는 선행연구 검토나 연구가설이 제시되지 않았고 단순 발생률과 유병률 산출만을 기술해 준비가 부족했다고도 언급했다.

심의위는 보험사들에 전문학술지 등 학계의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고 대학·공공연구소 등과의 협업연구를 통해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주요국에선 이미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이 활발한 상황이다. 미국은 보험사가 의료데이터 분석을 통해 복부대동맥류와 같은 희귀질환 고위험 환자를 사전예측 하고 조기 치료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일본은 고령화에 대응해 정부 주도로 의료데이터센터(JMDC)의 공공의료데이터를 개방했고 보험사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나이 기반 보험상품을 내놓고 있다. 핀란드는 헬스케어, 바이오 등 산업 육성을 위해 전 국민 의료정보를 암호화해 개방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공공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건보공단의 결정은 아쉬움을 남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 보험업계는 엄격하게 비식별화 된 표본자료(가명정보)인 공공의료데이터로 개인을 특정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고 심평원과 금융당국 역시 보험산업의 발전과 국민들의 편익 증대를 위해 의료데이터 허가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추후 연구계획서를 보완해 공공의료데이터 사용 승인을 다시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공의료데이터가 보험사 수익을 위해 악용될 것이라고 걱정만 하기보다 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같은 공익적인 시점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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