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처리방향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단체 등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유명 경제학자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원칙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나서 관심이 모아진다.

장 교수는 최근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법을 제대로 지키려는 건데 신뢰도가 더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징벌적 매각론 등을 놓고 대외신인도 공방이 뜨거운 사모펀드 론스타 논쟁의 대열에 합류했다.

장 교수는 "과거에 누군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무효화하는데 왜 신뢰문제가 생기느냐"고 반문했다.

장 교수의 이러한 발언은 론스타를 상대로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거나 산업자본 심사를 강행할 경우, 반외자(反外資) 정서의 고조로 받아들여져 자칫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들었다. 아르헨티나가 일방적으로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지만, 현재는 브라질 등과 더불어 남미의 대표적인 '모범생'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

그는 "미국과 일방적인 통화 통합을 한 아르헨티나가 금융위기를 겪은 후 2002년 채무이행을 정지하며 자살행위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아르헨티나에 돈을 주려고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금융시장을 잘 운용하면 해외 자금은 들어오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반외자 정서를 구실로 유죄가 확정된 해외자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되면 옛날 일은 잊어버리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지난 2003년 9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경제 관료 원죄론도 제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외환은행에 부실 판정을 내리고 예외 규정을 적용해 론스타에 넘긴 것은 제대로 된 결정은 아니다"며 "당시 정부가 무리하게 론스타에 팔려고 한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지난 2003년, 정부는 자기자본비율(BIS) 8%선을 유지하고 있던 외환은행이 연말경 다시 잠재적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론스타에 이 은행을 매각하기로 결론을 내린 바 있는데, 이 결정이 첫단추를 잘못 채운 격이었다는 것.

장 교수는 지난 2003년 뮈르달상을, 2005년 레온티예프상을 각각 수상한 저명한 학자로,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등 활발한 집필 활동으로 신자유주의 비판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저술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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