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카카오톡에 문자가 왔다는 신호가 들린다. 새벽잠 없는 늙은 벗이 보내는 것이다. 근자의 아침풍경이 된지도 벌써 오래전이다. 오늘은, “빨리 보세요. 심각합니다.”로 시작되는 문자다.

‘일본 10년 안에 100만 명 사망!!’ ‘호주정부 일본사람 비자발급 정지!’ ‘미국으로도 이민 신청쇄도!!’라는 숨 가쁜 부제를 달고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이미 서너 명의 지인으로부터 받아 본 문자다. 다만 이번 경고의 수준과 내용이 보다 전문적이라는 게 다르다.

SNS이 보편화되면서부터 이런 유형의 문자나 영상이 삶의 질을 바꿔놓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가는 이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아니면 연예인들의 가십거리 따위가 회자되다가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이런 유형의 문제제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둔감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쓸 정도로 삶이 평탄치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카카오톡이 전하는 문자는 쉽게 읽히긴 해도 사안에 따라서는 독성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오늘부터라도 절대 생선 및 젓갈류는 먹지마세요. 생선회 역시 먹지마세요. 일본 방사능수증기 유출 시작되었고, 벌써부터 기형식물, 물고기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눈을 확 끌어당기는 문자다. 이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안과 사회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큰 문제가 사적영역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 많은 신문과 방송이 별것 아니라는 차원정도에서 다루고 만 사안이 지금 개개인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계속해서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을 국내에서 생산지를 속이고 팔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주변국들은 일본산생산의 수입을 전면금지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병신같이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하고 얼마 있다가 우리 정부도 일본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에 대한 수입을 제한한 적이 있다. 방사능피폭에 대한 우려에서였다. 그 후 사후점검에 대한 결과를 신속하게 알려준 적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소문에 따르면 시중에서 팔리는 생선 등이 여전히 일본근해에서 잡히는 것이란다. 소비자들은 원산지를 속이는 상인들의 말만 믿고 사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런 형편이 된 데에는 당국의 미온적인 방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강력한 항의 때문에 다른 품목의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 엉거주춤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 바람에 국민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주 그럴듯한 소문이 SNS을 타고 많은 국민에게 전파되고 있다. 문자에서는 또 이렇게 전하고 있다.

“현재 주변국에서는 일본의 방사능오염을 탑 뉴스로 전하고 있으며, 인접국인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숨기고 감추려 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탄식을 하고 있다. 이어서 ‘실로 충격적인 일본 방사능의 실태를 고발한다.’면서 기형적인 채소류 사진 수십 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입증이 안된 기사와 사진이기에 선뜻 믿음을 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방사능에 대한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우리나라의 무사태평식 대응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매일 실시간으로 보도해서 과잉이다 싶게 경계하면서도, 폐해가 대를 잇는다는 방사능위험은 어째서 관대한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일까? 그것도 아니다. 히로시마피폭자들의 고통을 아는 우리로서는 방사능의 심각성을 모른다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앞장서서 정확한 현 사태를 파악해서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려야 한다. 정부의 공식채널을 통해 수시로 일본의 상황을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SNS의 사회적 역기능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 이제는 정부의 큰 기능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