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김미월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박물관 탐방 프로그램 강사 정은소는 월요일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이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뒤 사라진 의문의 인물이 누구인지 의구심은 풀리지 않고, 애인 봉수 선배에게 이를 털어놓지만 더 심한 두통과 악몽에 시달릴 뿐이다.

그러다 문득 과거 교사였던 엄마가 발령받았던 산골 초등학교에 다닐 때 만난 짝꿍 오원화를 떠올리고, 박물관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녀로 추정되는 인물과 조우한다.

서울에서 온 전학생 은소는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의 대상이던 원화와 기꺼이 ‘친구 관계’를 맺지만, 오래지 않아 둘의 사이는 급격히 멀어진다.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원화에게 은소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원화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우정이 아닌 연민으로 비롯된 이기심이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결혼까지 약속한 봉수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이라고 믿었으나 그저 안쓰러움에서 시작한 관성이었음을 자인한 은소는 파혼을 고하고, 그에게 횡단보도 여인에게 들었던 불가해한 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

그럴듯한 어른이 되었으나 어린 날의 감추고 싶었던 과오가 현재진행형임을 깨닫고 괴로워하다 다시 유년 시절과 똑같은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도망치면서 자신의 진짜 내면을 바로 보게 하는 서사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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