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사/ 김유원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야구라는 스포츠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얽힌 세 사람이 무한경쟁 시스템 안에서 부서지며 겪는 성장의 시간을 담은 옴니버스 소설이다.

이 책은 경쟁에서 실패하고도 자기만의 삶을 쟁취해나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조금은 부러워지기도 하는데, 소설이 그려낸 경쟁 바깥의 세계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볼넷을 던지는 혁오, 불안 장애를 앓으며 구조조정 위기에 처하게 되는 준삼, 온갖 루머에 시달리면서도 특종만을 좇던 기현은 성과가 중시되고 성적이 매겨지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확실히 패하고 만다.

그들의 실패는 어김없이 등수가 찍혀 나오는 우리의 현실, 스트라이크존처럼 성공과 실패가 ‘엄격히’ 구분되는 일상과 공명하며 우리를 낙담케 한다.

그러나 소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운드를 향하든, 마운드에서 내려오든,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다시 벤치로 돌아가든, 삶은 엔딩 없이 이어지는 끝없는 이야기와 같다”라는 정용준 소설가의 말처럼, 볼넷을 던지고도 만족하는 혁오, 불안 장애를 앓고도 내면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되찾는 준삼, 회사 밖에서 특종이 아닌 진짜 진실을 좇는 기현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실패를 관리하며 계속해서 삶을 이어나간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나만의 리그’로 형상화되는 그들의 ‘의연한 아름다움’이 우리 마음속에도 자리 잡아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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