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불법임상·리베이트로 기소
안국, 정기주총서 퇴직금 규정 정비
어 부회장, 퇴임 시 최소 22억 수령
안국약품 현금성 자산 24.08% 수준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안국약품이 불법 임상과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오너 2세’ 어진 부회장에 거액의 퇴직금을 챙겨주는 규정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어진 부회장이 회사를 떠날 경우 기준금액(최근 3년간 급여의 평균)의 10%에 재임기간×4배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이 규정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됐다.

당시 안국약품은 “회사를 퇴임한 임원에 대해 퇴직금에 관한 제반사항을 정함으로써 재임하는 동안의 공로를 보상하고 퇴임 임원과 회사와의 지속적인 유대 강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목적을 설명했다.

안국약품은 이 주총에서 회장과 부회장에게는 재임기간의 4배수, 사장 2배수, 부사장 1.8배수, 전무·상무 1.5배수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임원이 임기 만료 후 연임됐을 경우 퇴임으로 보지 않고 연임 기간을 합산한다.

안국약품인 어 부회장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은 최소 22억3천23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안국약품 임원의 평균 보수(1억9천244만원)와 어 부회장의 안국약품 재직기간(약 29년)으로 계산한 결과다.

다만 임원 평균 급여보다 어 부회장의 급여가 높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실제 수령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금액은 안국약품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24.08% 수준이다. 안국약품은 지난 3월 말 기준 92억6천만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퇴직금 규정은 어 부회장이 불법 리베이트와 불법 임상시험으로 지난 2019년 기소된 이후 정해졌다.

어 부회장은 89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의사 85명에게 제공한 혐의로 그해 7월 기소됐으며 같은 해 9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없이 중앙연구소 직원들에게 미승인 약품을 투약하는 등 불법 임상시험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비글견의 피를 뽑아 시험한 것처럼 검체 분석기관과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회사 내 연구원들에게 전문의약품인 혈압강하제·항혈전응고제를 투여했다는 의혹이다.

안국약품은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영업이익이 2년 연속으로 약 80%씩 감소한 것이다.

안국약품의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1천412억원, 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9.3%, 81.6% 감소했다.

지난 2019년에도 안국약품은 매출 1천559억원, 영업이익 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 84.4% 줄었다.

덩달아 직원들의 보수도 줄었다.

지난해 423명의 안국약품 직원들이 받은 총급여는 222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9년 500명이 받아 간 381억원보다 41.73%(159억원) 급감한 금액이다. 줄어든 직원 수를 고려해도 많은 수준이다.

안국약품은 또 올해 초 임기가 만료된 어 부회장을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안국약품은 “약 20년간 안국약품의 대표로 재직하며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다”며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당사의 비전 및 향후 경영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므로 당사의 비전달성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 부회장과 함께 불법 임상시험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소장 김모씨는 1심에서 벌금 2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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