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4천억에 지분 80% 매입
‘유통 동맹’ 네이버는 빠져
네이버·쿠팡과 적으로 만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하면서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단숨에 시장점유율 2위로 뛰어올랐다. 신세계는 네이버·쿠팡과 정면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가 이베이 미국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 인수를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지난 24일 밝혔다. 인수가액은 3조4천억원이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G9 등 3개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해 기준 온라인쇼핑 시장점유율이 12%로 추산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로 전환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딜”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올 초 신년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주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최첨단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센터에 투자하고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네이버(18%)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됐다. 3위는 13%로 추정되는 쿠팡이다.

특히 네이버는 직전까지 신세계와 이베이코리아 공동인수를 추진했던 곳이다. 최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던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 인수가격에 부담을 느낀 신세계가 네이버를 우군으로 참여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곳이 올해 3월 2천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커머스·물류·멤버십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협약을 체결한 사이라는 점이 근거였다.

당시 두 회사는 온·오프라인 커머스 영역 확대, 물류 경쟁력 강화,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중소규모 셀러 성장 등 유통산업 전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선언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온·오프라인을 선도하는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만나 커머스, 물류, 신사업 등 유통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강력한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지난 22일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동맹에서 발을 뺐다.

이에 따라 지분 맞교환으로 맺어진 신세계와 네이버의 동맹은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경쟁관계로 바뀔 전망이다.

네이버는 이마트의 인수 발표 하루 뒤인 25일에는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쇼핑 구독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으며 이번달 초에는 추가비용 없이 가족 또는 지인 3명과 함께 쇼핑 할인 등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신세계의 경쟁상대는 쿠팡도 있다. 쿠팡은 최근 물류센터 확대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앞세워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총 2천200억원을 투자해 17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부산 강서구에 건립한다고 밝혔으며 15일에는 남미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2021 코파아메리카’를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쿠팡의 올해 물류센터 투자금액은 벌써 1조원을 넘겼으며 쿠팡플레이에서는 예능과 드라마도 자체 제작하며 오리지널 컨텐츠를 늘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서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와 물류 역량을 이베이와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 한다”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종합플랫폼을 확고히 구축하고 가격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져 완성형 이커머스 모델에 다가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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