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창/ 홍명진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삶의 격랑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미스 조’는 작가의 경험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이지만, 작가 자신이 “만난 사람 중에 미스 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보편적인 캐릭터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미스 조”와 “오 군” 같은 인물은 작가가 살아온 지난 시절에는 그렇게 낯선 유형이 아니다.

가난과 가정폭력, 그리고 도시로의 이산은 차라리 역사적 의미마저 갖는다. 여기에 “미스 조”의 오빠는 ‘군 의문사’라는 사건으로 희생된 존재다.

문경이 아르바이트 중 만나서 동거 생활을 하는 “오 군”은 공장 노동자이며 문경은 가짜 족보를 파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니, 이 소설은 80년대에 바치는 비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80년대 하면 떠오르는 영웅적 투쟁과 정치적 신념을 통과하지 않은 밑바닥 존재를 불러낸 점에서 도리어 현재성을 획득한다.

왜냐면 시대만 다르지 “미스 조”와 “오 군” 같은 존재는 오늘날에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둘 같은 존재는 언제나 사회로부터 배제되며, 있어도 없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이런 사회적 현실에 분개하거나 작중 인물들이 대자적 존재로 낳아가는 상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들은 비틀거리면서도 자기 짐을 메고 말없이 살아가는데, 이 책에 나오는 존재들 거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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