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출범해 1985년 백화점사업으로 급성장
유통 넘어 패션·리빙·인테리어 등으로 사업 확장
정지선 회장 “축적된 지혜로 100년 기업 도약”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는 현대백화점그룹이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올 초 발표한 ‘비전 2030’을 지렛대 삼아 ‘지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한편, 사회와 선순환하며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창출하는데 매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는 15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사(社史) ‘현대백화점그룹 50년사’를 발간하고, 창립 반세기를 넘어 100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사진=현대백화점그룹>

◇ 슈퍼마켓으로 유통 첫 발 …1985년 백화점사업 시작

현대백화점의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는 1971년 설립된 금강개발산업이다. 당시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복지와 단체 급식, 작업복 지원 등을 담당하는 회사였다.

그러던 금강개발산업은 1975년 서울 강남 개발과 맞물려 유통사업에 첫 발을 내딛는다.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으면서 상가 슈퍼마켓 운영권을 맡은 것이다.

이후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개점하며 유통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지금의 유통 전문기업 토대가 마련된 게 바로 이때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을 오픈하며 문화·예술 콘텐츠를 앞세운 문화 백화점 전략을 선보인다. 백화점이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압구정본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현대백화점은 그 여세를 몰아 1988년 무역센터점을 연다. 특히 ‘쇼핑 유토피아의 구현’이란 슬로건 아래 문화와 휴식을 접목한 새로운 쇼핑 개념을 선보였다.

압구정본점에 이어 무역센터점까지 성공 신화를 쓰며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진출 3년여 만에 고품격 명품 백화점으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

◇ 백화점사업 ‘드라이브’…홈쇼핑으로 성장축 마련

현대백화점그룹은 1990년 후반 백화점 사업 확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 당시는 외환위기(IMF)로 국내 백화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며 구조조정이 한창 이뤄지던 시기였는데, 현대백화점은 이때 신규점 출점과 인수합병(M&A)이란 역발상 경영을 펼친다.

1997년 현대백화점 천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1998년에는 부도 위기에 놓인 울산 주리원 백화점과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차례로 인수해 울산점과 신촌점을 각각 열었고 2000년대 들어선 현대백화점 미아점(2001년)과 목동점(2002년), 중동점(2003년)을 연이어 오픈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현대백화점식(式)의 정면돌파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고 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으며 명실상부 국내 대표 유통업체로 자리잡게 된다.

2001년에는 TV홈쇼핑 사업권을 획득하며 온·오프라인 유통사업의 양대 성장 축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유통 ‘빅3’ 중 유일하게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TV홈쇼핑 사업자로 선정되며 대내외에 현대백화점그룹의 역량을 다시 한번 과시하게 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그룹 신사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그룹 신사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 유통·패션·리빙·인테리어로 종합생활문화기업 재도약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0년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담은 ‘비전 2020’을 선포한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섰고 유통과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3대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사세도 괄목할만하게 커졌다. 이는 유통전문기업을 넘어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재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국내 여성복 1위 기업 한섬과 가구업체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를 인수하며 패션과 리빙·인테리어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다.

이후 2017년 SK네트워크 패션부문까지 추가 인수한 한섬은 디자인 차별화와 노세일 정책 등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며 국내 대표 패션전문기업 반열에 올랐고 리빙·인테리어부문은 2018년 종합 건자재기업 한화L&C(현 현대L&C)를 인수하며 업계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후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2015년 렌탈 전문기업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며 면세점 시장에도 진출한다.

지난해에는 천연 화장품 원료 1위 업체인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뷰티·헬스케어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새로운 시도의 백미는 올해 2월 서울 여의도에 선보인 미래형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다.

더 현대 서울은 국내 최초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곳으로 백화점 안에 실내 공원과 인공 폭포를 선보이는 등 파격적인 공간 디자인과 혁신적인 매장 구성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 ‘비전 2030’ 발표…100년 기업 도약 가속페달

현대백화점그룹은 100년 기업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초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에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 같은 미래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더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 목표다. .

유통부문은 백화점(아울렛)·홈쇼핑·면세점을 주축으로 상품 차별성과 온·오프라인 경쟁력 제고 등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패션부문은 한섬 고유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새로운 패션 브랜드 론칭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확대에 주력하고 고기능성 프리미엄 화장품 등 뷰티 분야와 디자인 소품 등을 취급하는 라이프스타일 분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건강과 친환경을 콘셉트로 단체급식·식재·외식 등 기존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높이고 케어푸드(그리팅) 상품 다양화에 나설 예정이다.

리빙·인테리어 부문의 경우 기존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 환경 변화를 고려한 유관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와 함께 그룹 내 제조 및 플랫폼 사업 영역과 시너지가 예상되는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등의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메가 트렌드 및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미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사업 중 그룹의 성장전략(생활·문화)과 부합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 UN도 인정한 사회공헌활동…ESG 경영 강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창립 이후 반세기 동안 양적 성장과 함께, 고객 및 사회와 선순환하며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회사’를 ‘그룹 사업 목표상’으로 정할 정도로,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기업은 규모가 작을 때는 개인의 것이지만 규모가 커지면 종업원 공통의 것이요, 나아가 사회, 국가의 것이라고 생각해야한다”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06년 현대백화점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계열사별로 진행하던 사회공헌활동을 그룹 차원으로 체계화해 운영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파랑새를 찾아 희망을 찾아’라는 슬로건을 통해 시회공헌활동을 아동복지사업 위주로 재편했으며, 미래 세대 주역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에는 사회공헌의 범위를 기존 아동 외에 여성으로 확대했다.

이런 현대백화점그룹의 사회공헌은 지난해 유엔(UN)의 공식 의견서(Written Statement)로 채택되는 쾌거로 이어졌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통해 “우리 그룹의 50년 역사를 한 줄로 압축한다면 과감하고 열정적인 도전의 연속”이라며 “우리는 이제 반세기 동안 축적된 힘과 지혜를 바탕으로 100년 그 이상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추구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공헌과 상생협력 활동을 진정성 있게 유지하면서 친환경 가치를 창출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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