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오쿠다 히데오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10월의 어느 오후, 도쿄 아사쿠사에서 유괴사건이 발생한다.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다음 날 범인은 전화로 50만 엔의 몸값을 요구한다. 경찰은 범인의 목소리를 최초로 공개하고 역탐지를 하는 등 전례 없는 수사를 펼치지만, 빗발치는 시민들의 신고와 장난 전화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값은 범인에게 탈취당하고, 아이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다.

전 국민이 사건을 주목하는 가운데, 경시청 형사 오치아이 마사오는 끈질긴 수사를 통해 점차 범인의 실체에 도달한다.

각 가정에 전화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 유괴는 새롭게 생겨난 범죄였다. 이 책은 1963년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한 ‘요시노부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전국을 들썩이게 한 범죄의 시작과 끝을 그리며 죄의 근원을 탐구한다.

책에서 묘사된 범인의 불우한 어린 시절은 범죄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내면은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쉽게 감정이입하지 않는다.

다만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상황을 제시할 뿐, 판단은 읽는 이의 몫으로 돌리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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