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재상고를 하지 않고 유죄를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M&A) 안건 처리를 미뤄온 법적 불확실성이 사라짐에 따라 당국이 신속히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당국은 이번 주 안에 론스타에 대해 지분 매각명령의 전 단계인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 사전통지를 내리기로 하는 등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하나금융의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도 강제매각의 범주에 포함시킬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현행법에 강제매각 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 론스타, “유죄 확정”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론스타는 “내부 회의를 통해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론스타의 재상고 기한은 이날 자정까지였다. 재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론스타의 유죄는 확정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론스타가 최대한 빨리 외환은행 주식 처분에 나서도록 명령할 방침이다.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41%를 매각해야 한다.

금융위는 아울러 지분 매각명령의 전 단계인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도 가급적 짧게 부과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당국이 하나금융의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도 강제매각의 범주에 포함시킬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을 11월 말까지로 연장한 뒤 당국의 승인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주장해온 ‘징벌적 매각명령’은 법률적으로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당국이 강제매각 명령을 어떤 방식으로 내리느냐에 따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행법에 매각 명령 방식이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 당국, 어떤 결정 내릴까

이번 결정으로 법적 불확실성이 소멸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번 주 안에 론스타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 사전통지를 내리기로 하는 등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해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론스타펀드에 외환은행 주식을 강제 매각토록 명령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금명간 론스타 측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을 사전통지할 것”이라며 “사전통지 이후 조만간 금융위원회를 열어 충족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이란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재상고 포기로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자격을 잃은 만큼 일정기간 내 자격을 회복하라는 행정처분이다. 정부는 행정처분에 앞서 처분 대상자에게 이를 미리 알려야 한다.

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을 이행하는 기간은 6개월 이내에서 금융위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행 기간을 1개월 이하로 부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행 기간이 지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자격을 잃게 되고, 외환은행 지분 51%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41%를 강제 매각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유죄판결이 확정돼 론스타 스스로 대주주 자격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충족명령 이행기간은 길게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도 “법원 판결로 대주주 자격을 잃은 만큼 충족명령은 요식행위”라며 “명령 이행기간을 짧게 부여하되, 국제적으로 공연한 뒷말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19일, 늦어도 다음달 까지는 정례회의를 통해 론스타에 대해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임시회의를 열어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이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 11월말이 지나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깨는 것이 매매계약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시 6개월 이내에서 정할 수 있는 지분 매각명령 이행기간은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 추이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주식매매계약이 유효한 현 상황이 지속되면 굳이 오랜 기간을 둘 이유가 없는 반면 매매가격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거나 계약이 파기될 경우 이행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법률검토를 거쳐 내주 초에 향후 일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강제매각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 것이냐는 점도 큰 관심거리다. 현행법에는 강제매각 방법에 대해 규정돼 있지 않아 당국이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외환은행의 새 주인을 하나금융으로 인정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유죄와 무죄에 따른 결론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으로 똑같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정치권 등 일각에서 제기된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논란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이나 초과지분 매각명령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채 묻힐 가능성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아닌지 다시 조사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며 "지분 매각명령을 받는 론스타로선 어차피 전량 매각에 나설 텐데 산업자본에 해당하는지가 결정적인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매매가 문제 변수로

그러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해도 론스타와 가격 협상이 또다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는 지난 7월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을 6개월 연장하면서 인수가격을 4조6천888억원에서 2천829억원을 깎아 4조4천59억원(주당 1만3천390원)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주가는 줄곧 하락세를 나타내 현재 주당 8천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어 ‘과다 프리미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나 론스타 모두 자충수에 빠진 꼴”이라며 “가격을 깎지 않으면 하나금융이 투자자들에게 배임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고 가격을 깎으면 반대로 론스타가 투자자들에게 배임 혐의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가격은 꼭 주가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판단한 외환은행의 내재가치에 따라 가격을 책정해 산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론스타가 재상고는 포기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법적 구제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론스타는 금융위로부터 적격성 충족명령을 받게 되는 순간부터 배당 권한을 비롯한 외환은행 경영권을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가격 협상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론스타가 행정소송 등으로 당국이 강제매각 명령을 진행하는 것을 저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이익을 추구하는 펀드인 만큼 최대한 이익을 챙기는 쪽으로 주판알을 튕기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