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 수소 벨류체인 구축 도모
조선·정유 등 전통 핵심사업도 순항
차세대 리더 정기선, M&A 주도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국내 굴뚝산업을 대표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이 친환경·ICT 전문기업으로 빠르게 변신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을 위한 AI 역량 강화 및 로봇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과 정유 등 전통 핵심사업 수익성 또한 빠르게 개선되며, 그룹의 퀀텀 점프를 돕고 있다. 업계에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그룹의 주요 M&A 의사결정에 참여 중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역할론에 주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 분야는 수소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 수소시장은 2050년 2조5천억 달러(2천825조원)규모로 확대가 예상되는데, 미래 대체에너지로 수소가 부상함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발 빠르게 경쟁대열에 합류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에너지 전문기업인 현대오일뱅크는 남동발전과 손잡고 수소 발전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가 수소를 생산·공급하고, 남동발전은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해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상장을 통해 1조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 친환경 선박 개발 및 연료전지 관련 회사 인수나 지분 투자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에 조선 계열사 또한 동참, 수소연료 추진선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소연료 추진선의 경우 내연기관 대비 에너지 효율이 40% 이상 높고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은 친환경 선박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설장비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17일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의 고장 진단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국내 애널리스트와 간담회를 개최, AI 기술을 앞세워 건설·물류 솔루션 공급자로 탈바꿈하겠다는 내용의 ‘기술혁신 2025’도 공개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합병을 앞두고 아마존 및 KT 등 클라우드·AI 분야 전문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건설 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자금줄 되어줄 핵심사업도 순항

현대중공업그룹의 적극적인 신사업 투자 이면에는 조선과 정유 등 전통적 주력사업의 실적 개선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현대중공업지주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5천34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오일뱅크 이익 증대 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이 같은 추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조선업 역시 긴 불황을 끝내고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2003년 이후 다시금 찾아 온 조선업 빅사이클을 맞아,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조선 계열사 3사가 동반 실적 상승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중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또 한 번의 조선 계열사 실적 증대도 예상된다. 경쟁 완화에 따른 저가 수주 부담이 줄고, 대우조선해양과 통합 연구개발에 따른 효율성 제고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 전통사업이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줄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현대오일뱅크 실적 개선이 눈에 띄나, 수주잔량이 꾸준히 쌓이고 있는 조선업 역시 내년 이후 큰 폭의 실적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 말했다.

지난 3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왼쪽)과 아흐마드 알 사디 아람코 수석부사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지난 3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왼쪽)과 아흐마드 알 사디 아람코 수석부사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오너가 정기선, 신사업 주도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사업 투자 확대 관련 재계에선 오너 일가인 정기선 부사장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룹의 수소 시장 진출 자체가 정 부사장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결과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미래위원회의까지 이끄는 정 부사장은 전 세계적인 수소경제 확대 기조 속 그룹의 신사업 분야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3월 KIC와 협상을 주도, 해외 선진기술 공동투자를 위한 1조원 규모 펀드 조성을 성사시킨 바 있으며,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수소사업 협력관계 구축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선 부사장은  내년 초 미국을 방문 그룹의 로봇 신사업 홍보에도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 부사장은 KIC와 공동펀드 조성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가치는 미래 성장동력에 달려 있다”며 “글로벌 기업 인수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신사업 계획을 현실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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