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이화경 부회장에 과도한 보수 지급”
미등기·비상근 임원인데도 4년간 32억 받아
쇼박스, 법인세소송 제기했으나 1심서 패소
법원 “이 부회장 결재내역 등 업무자료 없다”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사진)이 오리온그룹 계열사 쇼박스에서 받은 보수가 너무 많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2부는 쇼박스가 서울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4억6천700만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지난 3월 9일 기각했다.
이 소송은 강남세무서가 2019년 1월 법인세를 청구한 데 대해 오리온이 반발해 시작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8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쇼박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한 후 쇼박스가 미등기·비상근 임원인 이화경 부회장에게 유정훈 당시 쇼박스 대표이사보다도 많은 급여를 지급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법인세 4억6천700만원을 부과했다.
실제로 쇼박스는 이화경 부회장에게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총 32억원 규모의 보수를 제공했는데 같은 기간 유정훈 전 대표에게는 18억6천만원 상당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에 강남세무서는 쇼박스가 이화경 부회장에게 지급한 보수 중 유 전 대표의 보수를 초과하는 차액인 13억원을 과다경비로 판단, 이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됐다.
하지만 쇼박스는 이화경 부회장의 보수가 적절했다며 소송을 냈다.
쇼박스는 소송에서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은 임원 보수의 한도 내에서 이화경 부회장에게 정기적인 급여를 지급하면서 경영 성과에 따라 상여를 지급했다”며 “직무수행에 대한 정당한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화경 부회장은 주 2~3회 출근해 투자 결정, 마케팅·홍보·배급전략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동시에 고위 임원에 대한 임면권을 행사하는 등 주요 경영활동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또 “유정훈 전 대표는 2015년까지 부사장 직위에서 투자의사 결정과 경영 판단을 보좌하는 한편 통상적인 경영업무를 총괄 지휘·감독해 이화경 부회장과 동일직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초과보수가 매출 증대에 따른 성과기여도와 무관하게 지급됐다”며 “동일직위 여부는 내부 조직체계상 실제 종사하는 직무로 판단해야 해 대표이사는 부회장의 업무보조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유정훈 전 대표는 쇼박스의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였으므로 이화경 부회장을 보좌하는 업무보조자였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상근 임원인 이화경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의 직무를 초과할 만큼 특별한 역할이나 책임이 부여됐다고 할 수 없다”며 “경영성과는 한 사람이 아닌 전체 구성원의 노력에 의한 것으로 이화경 부회장에게 초과보수를 지급한 것은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됐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들은 법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유정훈 전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쇼박스 경영실적에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었던 반면 이화경 부회장은 2013년 11월 사내이사를 사임한 이후 미등기 임원의 지위에 있었고 당시 오리온그룹의 다른 계열사의 대표이사나 등기 임원을 겸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화경 부회장과 유정훈 전 대표에 대해 책정한 급여는 쇼박스의 내부 조직체계상 종사하는 직무나 그 책임의 정도, 담당업무의 중요도 등이 아닌 그룹 내 직급에 따라 정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지급한 성과급도 경영실적 개선에 대한 해당 임원의 기여 정도를 평가한 결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해당 직급의 기준율에 따라 산정한 기준급에 동일한 지급 비율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쇼박스는 이화경 부회장이 영화에 대한 뛰어난 감각으로 투자를 결정한 여러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나 세무조사 당시 이화경 부회장의 결재내역, 회의자료, 근로계약서, 기안문, 품의서, 근태 자료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