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12조 5년간 6차례 분납
유족들 “세 납부는 국민 의무”
감염병·소아암 극복에 1조 기부
소장 미술작품 2만3천여점 기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12조원 상당의 상속세를 납부한다.

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우고 이건희 회장 소유의 미술품을 기증한다.

삼성은 이 같은 내용의 상속세 납부계획을 28일 밝혔다.

고인의 유산은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쳐 30조원 상당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삼성그룹 상장사 지분은 삼성전자 2억4천927만3천200주(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천900주(0.08%), 삼성생명 4천151만9천180주(20.76%) 삼성물산 542만5천733주(2.88%), 삼성SDS 9천701주(0.01%) 등이다. 이들 주식은 시가 기준 총 24조원 규모다.

나머지는 미술품과 부동산, 현금 등이다.

유족들은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으로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 등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이는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라며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천억원을 기부한다.

이 가운데 5천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개 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건립된다.

2천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또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이나 희귀질환에 걸린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백혈병·림프종 등 13개 소아암 환아 지원에 1천500억원, 크론병 등 14개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소아암 환아 1만2천여명, 희귀질환 환아 5천여명 등 총 1만7천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유족들은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인 소유의 미술품 2만 3천여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인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천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또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천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아룰러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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