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산 생산설비 증설, 성장기반 공고화
승계 목적 투자 집중 논란 탈피 기대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한화그룹이 지주사 사업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안정적인 벨류 체인 구축 및 신사업 확장 기반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내에선 이번 결정이 한화그룹 내 특정 계열사 투자편중 논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40만 톤 규모 질산 생산능력 확보 계획을 지난 19일 밝혔다. 투자 규모는 1천900억원 수준으로, 질산 상업 생산 개시 시점은 2024년 1월이다. 현재 한화는 12만 톤의 질산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다.

증설하는 질산의 상당 부분은 그룹 내에서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9만 톤은 자체 사업인 화약 제조 등에, 13만 톤은 최근 생산 설비 증설을 밝힌 한화솔루션의 TDI(폴리우레탄의 원료) 생산에 사용될 것으로 방침이다.

나머지 18만 톤 중 상당 부분은 고(高)순도화 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제품 생산에 투입 예정인데, 이 또한 그룹 내 소화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이번 투자를 통해 규모 경제를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 성장기반 공고화 등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증설을 통한 기대 수익은 연 매출 1천억원 이상 영업이익 200억원 내외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이번 증설이 한화 자체사업 원가경쟁력 강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분리 출범한 한화 글로벌 부문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질산 제조공정에 설치되는 온실가스배출 저감장치를 통한 탄소배출권 매출 등 친환경 사업 확대 기대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화는 지주사 제조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 일각에서 제기된 ‘승계를 위한 지주 사업 잠재력 의도적 억제’ 논란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최근 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연관된 한화솔루션·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계열사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사업에 지속 투자를 이어 온 한화솔루션은 물론 오는 6월 유상증자가 예정된 한화시스템의 경우 UAM(도심항공교통) 초기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한 쎄트렉아이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는 등 우주항공 산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이에 투자업계 일각에선 김동관 사장 보유 지분이 많은 계열사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투자가 지속, 향후 지분 확대가 필요한 지주사 한화에 대해 직접 투자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불거진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의 이번 질산 생산시설 증설을 통해, 승계 목적 투자 집중 논란은 일부 희석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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