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기업 가치 큰 폭의 상승 기대
순환출자 해소 작업 본격화 될 듯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이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지분 12%를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실탄 확보 후 현대모비스 등의 지분 취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다수 증권사에 발송했다. 이달 26일까지 입찰제안서를 받고 빠르면 내 달 초 주관사를 확정,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7위인 현대엔지니어링은 1974년 설립, 한라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현대건설 해외건설 사업본부 설계팀을 흡수합병해 몸집을 키웠다.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후 주택사업에도 진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거래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7조원 대로 상장 후 가치는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대형 상장주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도를 고려할 때 청약 흥행도 기대된다.

상장 배경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인도를 높이고 자금 조달 확보 차원”이라 밝혔으나, 업계에선 정의선 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 목적에 더 주목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 가능할 자금은 대략 1조 2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자금을 경영권 안정화 목적에 사용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순환출자 탈피를 위해선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또는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을 정도로 끌어 올려야 하는데,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은 2.6%(약 1조3천억원) 현대모비스 지분 또한 0.32%(약 910억원)에 불과하다.

정 회장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지분 상속에 따른 재원 마련용이란 의견도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은 5.3%(약 2조6천억원)로 현재 기준 상속세만 1조3천억원에 달한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7.15%, 약 2조870억원)까지 상속 받을 경우 상속세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 현대건설 합병 전망도 나온다. 건설 계열사 통합을 통해 확고 부동 1위 건설사로서 기업가치를 높인 후 정 회장이 전략적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각각 지분 23.3%와 7.3%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가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또한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 최대주주(38.6%)다 보니 이 회사 지배권에는 변함이 없을 예정이다. 현대건설 최대주주는 현대차다.

재계 관계자는 “3년 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개입으로 무산된 뒤 현대차그룹이 많은 준비를 해왔을 것”이라며 “정의선 회장의 완전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도 첫 단추가 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성공적으로 완료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