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출구전략 추진 발표
기업금융 부문은 유지 가다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철수한다.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공식 출범한 지 17년 만이다.

미국 씨티그룹의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한국,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출구전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소매금융 철수 배경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차원에서 수익 개선이 가능한 사업 부문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은 그대로 영업을 유지하고,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사업만 완전히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가장 최근에는 올 초 제인 프레이저 신임 씨티그룹 CEO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금융사업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철수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 2014년과 2017년 씨티캐피탈을 매각하고 대규모 점포 축소를 단행할 때도 철수설이 불거졌다. 몇 차례에 걸친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으로 지난 2011년 전국에 382곳이었던 씨티은행 점포는 현재 39개만 남아있다.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실적이 나빠진 것도 철수설에 힘을 실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8년 전년 동기 대비 26.1% 늘어난 3천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19년에는 9.1% 감소한 2천79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실적이 더 바빠졌다. 지난해 순이익은 1천878억원으로 전년보다 32.8% 줄었다.

수익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소매 금융 영업이 중단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 수는 3천500명이며, 이중 소매금융 부문 임직원은 939명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사업재편 방안 확정시까지는 기존과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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