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영 산업부 기자
이금영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신라젠이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한다.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 실패 이후 상장폐지 위기까지 빠졌던 신라젠에게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반전의 기회다.

신라젠은 엠투엔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매각은 항암신약 펙사벡의 임상 실패로 불거진 것이다. 펙사벡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항암 바이러스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신약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평가받은 뒤 간암 치료제 임상이 중단됐고 이후로 문은상 전 대표 등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으면서 신라젠은 지난해 5월 거래가 정지됐다.

바이오 투자자들에겐 날벼락과 같은 일이었다. 신라젠은 셀트리온이 떠난 코스닥 시장에서 한때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른 바이오 대장주였다. 시가총액은 10조원이 넘었고 이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는 14만명을 가볍게 웃돌았다.

이런 회사를 지탱해온 것은 펙사벡 하나였다. 1만원대에 머물던 신라젠의 주가는 펙사벡의 임상이 진행될 때마다 큰 폭으로 뛰어 2017년에는 주당 15만원을 돌파했다.

신라젠이 펙사벡이었고 펙사벡이 신라젠인 시절이었고 주식 투자하는 사람치고 신라젠 주주가 아닌 사람이 없던 때였다.

신라젠이 바이오와 코스닥을 상징하던 시기였다. 시가총액이 8천억원대로 고꾸라지고 주가가 주당 1만2천원 꼴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런 지위는 지금도 유효하다.

소액주주가 지금도 17만4천여명이 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율도 92.51%에 이른다. 이는 이번 매각이 단순히 한 기업의 흥망만 달린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신라젠 임직원과 가족뿐 아니라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의 가정도 달려 있다.

이런 막중한 책임감은 신라젠도 알고 있다. 이번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면서도 “다방면에 걸친 검토 끝에 미래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고, 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한은 올해 11월까지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개선기간이 그때까지다. 그 전까지는 안정적인 새 대주주를 모셔와야 한다. 이번에 실패하면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진다.

이는 신라젠의 정상화가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번이 반전을 노릴 마지막 기회다. 신라젠은 물론이고 엠투엔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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