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금융부 기자
이승용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쿠팡을 기점으로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K-유니콘 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국내 IPO(기업공개) 요건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거나 국내 상장 후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국내 유니콘 기업인 쿠팡은 지난달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891억 달러(약 100조원)을 기록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쿠팡이 성공적 데뷔를 본 마켓컬리, 두나무, 야놀자 등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증시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증시를 선택하는 이유는 상장을 위한 요건이 국내가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매출, 사업이익 등의 요건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상장 문턱이 높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한다는 인식도 있다. 한국 증시에도 테슬라 요건 등 특례 상장 제도가 있지만 실제로 이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10곳이 채 안 된다.

반면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수익성, 매출, 현금흐름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부랴부랴 기술특례 평가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유니콘기업,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차세대 성장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기술특례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심사과정도 개선하겠다”며 “여야 간의 차등의결권 도입하는 협의가 진행 중이고 그 부분이 해소되면 상당히 국내 상장에 그런 기업들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콘을 비롯해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의 국내상장을 유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증시에 상장할 매력을 느끼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상장'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사업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K-유니콘 기업이 굳이 해외가 아닌 국내 상장을 통해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려면 혁신 기업의 가치 평가를 보완하고, 촘촘한 규제를 개선해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지속적으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안타깝게도 투자 환경이 투자 열기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국내 상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제2, 제3의 쿠팡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국내 투자환경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시대 흐름에 맞는 투자환경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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