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 시절 싸이언 브랜드 전성기 구가
스마트폰 교체기 시장흐름 못 따라가

LG전자가 2020년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기대이하 성적을 올린 'LG윙'<사진=LG전자>
LG전자가 2020년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기대이하 성적을 올린 'LG윙'<사진=LG전자>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피처폰 시절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K-브랜드로 유명세를 떨쳤으나,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과 함께 적자가 누적되더니, 결국 시장 철수가 결정했다. 한때 초콜릿폰으로 글로벌 시장을 강타했으며 TV 등과 함께 LG전자를 대표하기도 했던 LG폰의 역사에 대해 되짚어 봤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1984년 일본 NEC과 기술제휴를 통해 선보인 카폰에서 시작, 1989년 첫 휴대폰 형태 단말기가 출시됐다.

1995년 LG전자로 사명 변경과 함께 화통 브랜드가 시장에 출시됐고, 1997년 LG정보통신에서 생산한 PCS용 단말기 출시 싸이언(CION) 브랜드가 공개됐다. 2000년 LG전자가 LG정보통신을 흡수, 브랜드 영문명도 CYON으로 교체됐다.

당시에도 LG폰은 경쟁사 제품 대비 품질면에선 우위를 점하진 못했으나, 여러 새로운 시도 등을 통해 나름의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LG폰 전성기를 상징하는 초콜릿폰<사진=LG전자>
LG폰 전성기를 상징하는 초콜릿폰<사진=LG전자>

LG폰의 전성기는 2005년 초콜릿폰 출시와 함께 찾아왔다. 검정색 본체에 붉은색 터치패드가 탑재된 초콜릿폰은 세련되고 고급스런 디자인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만 출시 5개월만에 50만대가 판매됐다. 초콜릿폰 인기는 해외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 출시 6개월 만에 700만대 판매 18개월 만에 1천500만대 판매고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초콜릿폰 성공은 가성비 좋은 제품이란 LG폰 이미지에 고급스러움을 더해줬고,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시장 부동의 3위라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LG폰은 삼성전자 대비 가성비 측면에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아쉬움이나 소프트웨어의 부족함에도 불구, 프라다폰과 롤리팝 등 인기모델도 꾸준히 등장했다.

LG폰의 몰락은 2009년 스마트폰 시대 도래와 함께 찾아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애플의 아이폰3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고 삼성전자 또한 스마트폰으로 빠른 전환에 나섰으나, 유독 LG전자만 고가 피처폰 개발에 집중하다 시장경쟁에서 도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피처폰 시절 시장 강자였던 노키아나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과 비교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름 선전했다고도 평가하나, TV와 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사업에서 수익 보전이 없었다면 LG전자가 지금보다 빨리 휴대폰 사업을 접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LG가 LG폰 회생을 위해 노력을 등한시한 것도 아니다. 그룹 내 신화적 존재였던 남용 부회장을 용퇴시키고 그 자리에 오너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을 선임하며. 반등을 기대했으나 시장 흐름을 되돌리진 못했다.

회장님폰으로 불린 LG전자 스마트폰 '옵티머스G'<사진=LG전자>
회장님폰으로 불린 LG전자 스마트폰 '옵티머스G'<사진=LG전자>

당시 LG폰은 일부 스마트폰 제품이 경쟁사 대비 제품 성능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평가받기도 했으나 늦은 OS 업데이트 등에 따른 충성 고객층 이탈이 빈번했고, 2010년 중반 이후로는 그나마 경쟁우위를 보이던 저가폰 시장에서도 중국산 스마트폰에 시장을 빼앗겼다.

2010년 중반 이후로는 전 세계 판매량 역시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으며, MC사업부의 장기 적자가 시작됐다.

시장 경쟁력 약화에 따라 LG전자는 2019년 LG폰 국내 생산 시설마저 해외로 이전했고 MC 부서 인력 또한 대폭 감축했다. 2020년에는 MC사업부 20분기 연속 적자라는 희귀한 성적까지 달성했다.

올 초까지 LG전자는 시장 철수설 및 매각설 불구 신제품 출시를 통한 성장 기대감 등을 내비치며 MC사업부 흑자 전환 포부 또한 밝혔다. 원가절감을 위한 주문자생산(ODM)과 합작개발생산(JDM)을 진행하고, 중저가 라인업 강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LG폰은 여전히 별다른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구광모 LG대표가 밝힌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1995년 화통 브랜드 출시 후 26년 만에 시장 철수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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