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업체 담보 유가증권 확보하러 갔다 출입저지 받고 빈손으로

 [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경제경찰’로 불리는 국세청이 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체납업체 주식 및 관계서류 확보에 나섰다 이를 거부하는 NH농협은행에 의해 체면을 구겼다.

국세청은 지난 14일 법정관리 업체의 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NH농협은행을 방문, 담보로 잡고 있는 주식 및 관계서류 제출을 요구하다 9시간만에 결국 빈손으로 철수했다. NH농협은행은 9개 은행 등 대주단이 담보로 잡은 유가증권 등을 제출하는 것에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관계서류 제출여부는 1주일 뒤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당시 현장상황에 대해 해당 직원의 보고를 받을 계획”이라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법적 검토를 거쳐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의 공식 대응방침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현재로서는 농협측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농협측 관계자는 “다른 대주들의 동의절차 없이 국세청의 일방적 요구에 응해 관계서류를 제출할 수는 없다”면서 자칫하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그러나 농협측이 고의로 제출을 거부했거나 국세징수법 26조에 따른 수색 등 국세청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판단되면 후속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서울국세청 무한추적팀 소속 직원 6명이 농협은행에 수색집행문과 신분증을 보여주며 수색협조를 요청한 뒤에도 출입저지를 당하자 실랑이가 벌어지며 시작됐다. 이 와중에 국세청 직원의 112신고로 인근 지구대 경찰까지 출동했는데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특히 농협측은 단순 체납관련 서류라고 내주게 되면 9개 대주단이 업체에 대출한 수천억원의 대출금 회수를 위한 공매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농협측은 또 고객 개인정보 유출문제는 물론 가장 많은 대출을 해줬으나 농협에만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현장수색에 나섰던 국세청 관계자는 “소속과 상황은 다르지만 서울시의 ‘38기동대’도 몇 시간 대기하면서 그런 경우가 있지 않느냐”면서 애써 답변을 회피했으나 국세청의 수색집행이 거부된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도 처음이다. 그쪽도 처음이라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체납자의 유가증권을 확보, 점유해야만 조세채권의 효력이 발생한다”면서 “불시에 방문하지 않는다면 그쪽에서 은폐 내지 빼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단 농협측에서 다른 대주단의 동의를 받아 관계서류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당시 현장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힘들지만 농협측에 소명기회를 주기로 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국세청의 체납세금 징수가 우선이냐, 개인정보 유출이나 대출금 회수가 우선이냐는 논쟁을 야기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징세를 위한 수색 등에 나설 때 공무집행 거부행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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