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건조력에 대한 시장 불신 증가

<사진=삼성중공업>
<사진=삼성중공업>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전 세계 해상물동량의 12%(컨테이너 교역량 27%, 해상 원유 물동량 10%)를 차지하는 수에즈 운하 내 좌초 사고 처리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조선업계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건조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 및 그에 따른 손실 확대에 따라 중국은 물론 일본 대비 국내 조선사의 기술력 격차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29일 업계 따르면 수에즈 운하 내 사고 선박 인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이 동력을 상실한 상태이며 무게까지 많이 나가기 때문으로, 현재 평형수 및 연료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적재된 컨테이너의 하역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운하 통행 재개 시점 역시 컨테이너 하역이 없을 경우 빠르면 2일 후 늦어도 일주일이 될 것으로 전망되나, 하역 작업이 진행되면 장기간 불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정부에선 좌초 사고에 따른 일간 손해가 160여억원이라 밝히기도 했다.

투자업계에선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이번 사고가 글로벌 선사들에게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을 방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선박이 2018년 일본 이마바리조선소에서 건조됐고 최근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이 사고 원인에 대해 강풍이 아닌 사람 실수 또는 기계적 결함일 것이라 발표,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있어 일본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지난 26일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 20척 수주 소식을 전했다. 총 계약규모는 2조8천억원으로 이 회사 연간 수주 목표치의 31%에 달한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도 컨테이너선 5척(계약 규모 6천371억원)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조선사가 수주한 컨테이너선의 발주처는 각각 에버그린(Evergreen)과 완하이(WanHai)로 알려졌는데, 이 중 에버그린은 수에즈 사고 선박인 에버기븐의 운항사다.

이와 관련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잦은 운항 사고에 따라 중국 건조 컨테이너선에 대한 시장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설계력만은 우리와 견줄만하다 평가받던 일본에서 건조한 배가 좌초됐다는 점은 유의 깊게 봐야 할 것”이라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최근 수주도 이 같은 시장 평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해운업계의 경우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회 항로 이용시 운항 거리가 증가하고 그로 인한 연료비 부담이 늘 것으로 보이나, 유럽 항로 운임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항공 화물의 단기 수요 급증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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