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해외법인 순익 5천755억원
전년比 31.4% 증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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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도 은행들의 해외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자 수익 다변화를 위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났지만 현지화 노력 지속,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으로 대체로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5천755억원으로 전년 동기(4천379억원) 대비 31.4%(1천376억원) 증가했다.

신한銀, 선두자리 굳건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천3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하나은행과의 차이도 900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만 전년 동기(2천379억원)와 비교하면 지난해 순이익은 1.6%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은 각각 3% 감소한 1천206억원, 73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베트남 법인의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만 5개 영업점을 개점해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베트남 남부에 24개, 하노이시를 중심으로 베트남 북부에 16개, 다낭시를 중심으로 베트남 중부에 1개 등 외국계 은행 최다인 총 41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군도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현지인과 기업으로 넓혀가고 있다.

아시아 법인들도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137억원의 적자를 내며 부진했던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지난해 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고 신한캄보디아은행도 전년 동기(83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1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도 지난해 같은 기간(21억원) 보다 39% 증가한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신한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지난해 1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352억) 대비 순이익이 절반 넘게 줄었다.

북미권역은 지역별로 실적 편차가 컸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은 405% 증가한 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멕시코신한은행은 지난해 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캐나다신행은행도 60% 감소한 1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 2019년 2907.1% 증가 폭을 기록했던 유럽신한은행은 지난해 12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하나銀, 중국법인 급성장

하나은행은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1천43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전보다 순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난 결과 우리은행을 제치고 해외법인 순이익 규모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중국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약진이 돋보였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지난 2019년 미·중 무역갈등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544억원) 대비 86.3% 감소한 7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현지화, 디지털 역량 강화 등에 집중한 결과 코로나19에도 순이익이 11배 이상 급증해 845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이 중국과 함께 힘을 싣고 있는 인도네시아 법인(PT Bank KEB Hana)도 전년 동기(420억)에서 13% 증가한 4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북미권역은 다소 부진했다. 캐나다KEB하나은행과 브라질KEB하나은행은 지난해 각각 79%, 57% 감소한 17억원, 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KEB하나뉴욕파이낸셜은 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은 전년 동기(25억원) 보다 32% 늘어난 3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멕시코하나은행도 지난 2019년에는 31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7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WB파이낸스 본사 전경. <사진=우리은행>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WB파이낸스 본사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銀, 동남아서 선방

우리은행은 지난해 전년 동기(1천153억원) 대비 6.8% 줄어든 1천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순위가 2위에서 3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러시아, 유럽법인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낸 영향이 컸다.

순이익 비중이 높았던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해 1년 전(423억원) 보다 29% 감소한 3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러시아우리은행도 53% 감소한 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유럽우리은행은 적자 폭이 전년의 30억원에서 지난해 117억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캄보디아, 중국, 베트남 법인이 선방하며 이를 순이익 감소 폭을 상쇄했다.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WB파이낸스는 지난해 소액여신금융사(MFI)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와의 합병 효과로 전년 동기(14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0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7월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 인수를 시작으로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인수 5년만에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의 총대출금과 순이익은 각각 12배, 14배로 증가했으며, 총대출금 규모도 현지 70여개 경쟁사 가운데 최대다. 이후 우리은행은 리테일 영업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여수신 영업이 가능한 저축은행 WB파이낸스를 추가로 인수했다가 지난해 2월 양사를 합병했다.

중국우리은행과 베트남우리은행도 각각 106.7%, 31.7% 증가한 102억원, 18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부코핀은행 본점 전경. <사진=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부코핀은행 본점 전경. <사진=KB국민은행>

국민銀, 수익 성장세 최고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가장 큰 순이익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총 90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155억원)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다만 순이익 규모는 4대 은행 중 가장 적었다.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프라삭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인수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MDI, Microfinance Deposit-taking Institution)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사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캄보디아 내 180여개의 영업망을 갖추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41.4%로 높다.

지난해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1천18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국민은행의 해외 법인 실적을 견인했다. 국민은행은 향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잔여지분 30%도 추가 인수할 계획이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중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캄보디아 법인에서는 지난해 각각 12%, 93% 증가한 139억원, 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적자를 내고있던 미얀마 법인도 지난해 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9월 지분을 67%까지 확대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서는 434억원 적자를 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사업의 경우 초기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그동안 은행들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해온 결과 최근 속속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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