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화원종·한국원종·사조원·하림, 원종계 수입량 담합”
2개 업체는 종계판매가격도 담합…4개사 모두 행정소송 제기
고등법원, 담합 인정…“자유로운 경쟁 제한할 우려 큰 행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한국원종과 삼화원종, 사조원, 하림 등 4개사가 종계(種鷄) 생산량을 담합했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한국원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등취소소송을 지난 1월 28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공정위는 삼화원종과 한국원종, 사조원, 하림 등 4개사가 원종계(原種鷄) 수입량을 약 23% 줄이기로 담합했다며 지난 2019년 12월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3억2천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삼화원종이 1억6천700만원, 한국원종 9천900만원, 사조원 4천200만원, 하림 1천800만원이다.

원종계란 종계를 생산하는 순수계통의 닭으로 조부모닭이라고도 불린다. 원종계가 낳은 종계(부모닭)를 교배해 생산한 육계가 소비자들에게 닭고기로 판매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 업체는 지난 2013년 2월 원종계의 연간 수입량을 23% 정도 줄이기로 합의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종계 판매가격이 원가 수준인 2천500원으로 하락하자 가격을 올리기 위한 담합이었다.

이 합의에 따라 4개사는 2012년 원종계 총 수입량인 21만500수를 2013년 16만2천수로 줄였고 2014년에도 같은 규모의 원종계를 수입했다.

이들은 각사별로 합의된 수입량을 맞추기 위해 합의 이전에 수입된 원종계 1만3천마리를 도축하기까지 했다.

일부 사업자는 종계 판매가격도 담합했다.

종계 판매시장 1·2위 사업자인 삼화원종과 한국원종은 수입량 제한 합의에 앞서 별개로 종계 판매가격을 당시 3천원에서 3천500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으로 조류독감(AI)으로 인한 종계 공급량 감소와 맞물려 급격한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2013년 2월 3천원이던 종계 가격은 2015년 7월 5천5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원종 등 4개 업체는 모두 이 처분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냈다.

한국원종은 소송에서 “종계 생산량 제한 합의는 농축산식품림부의 행정지도를 신뢰해 이뤄졌으므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종계 생산량 제한 합의는 농림부의 육계 수급 안정화라는 목표를 위해 이뤄진 것이므로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고 종계 수요량은 예측하기 어려워 종계 가격 합의가 종계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 합의도 경쟁제한성이 없다”고덧붙였다.

이어 “농림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였던 점,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은 점, 원고가 얻은 부당이득이 매우 미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과징금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원고패소였다.

재판부는 “한국원종 등 4개사는 원종계 감축을 합의한 후 이를 농림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뤄진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기 위해 농림부로부터 공문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4개사의 점유율이 100%이고 종계 판매시장에서 종계 생산량 조절의 핵심인 원종계 보유량을 감축하기로 하는 합의는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매우 큰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원고와 삼화원종의 시장점유율이 82%에 달하는 바, 이들 사이의 종계가격 인상 합의가 시장에 미치는 경쟁제한 효과는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종계 생산량 제한 합의와 유사한 시기에 이뤄져 종계 판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의 과징금(9천900만원)이 관련매출액(123억원) 대비 과다하다고 볼 수 없고 공정위가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점 등을 종합하면 과징금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원종은 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16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