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되는 것을 신호로 이른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불황으로 몰아넣었다. 벌써 6년 전부터 비롯된 악몽이다.

그로부터 세계경제에서 '호황'이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수직상승하던 중국의 경제도 시들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별 볼일 없는 외국기업들을 내쫒고 자국기업들을 들어앉히기 시작한지 오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체 가운데 대망을 품고 중국으로 진출했던 기업들이 재미도 보기 전에 야반도주를 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현령비현령식 중국 법을 들이대는 바람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알몸으로 빠져나온 이들이 땅을 치며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싼 인건비, 과실송금 자유, 행정지원편의, 자국내수시장 진출 등등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한 기업환경을 내세우면서 외자유치에 골몰했다.

이런 조건을 생각하면 중국진출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루라도 빨리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다. 특히 공해기업으로 온갖 규제를 받고 있던 업체들의 중국진출은 당연했다.
정부도 그런 기업들의 중국진출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는 공해를 유발하는 업체가 없어야 한다면서 온갖 규제를 자랑스럽게 입법화 했다.

선진국도 놀랄 만큼 엄한 법을 양산해 냈다. 국내 온갖 환경단체들이 나서서 '클린 코리아'를 외쳐댔다. 말 그대로 '위대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인 냥 날쳐대기 시작한 것이다.
때를 같이해서 아파트단지나 학교부근, 시장 근처 등등에는 동네 사람들이 내 건 현수막이 부지기수가 되었다. 내용은 똑같다. '누구 맘대로 우리 동네에 그런 건물을 짓느냐'는 것이다. '턱도 없다'는 대자보인 것이다.

우리 경제를 선도하던 건설경기는 서서히 죽어갔다. 건설경기가 시들해지면서 유관업종도 맥을 못 추기 시작했다. 이른바 재개발사업부터 주저앉기 시작했다. 이러저러한 선거를 치루면서 입후보자들 마다 재개발사업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자연을 보호하고 인간답게 사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그러면서도 각종 편의시설을 꼭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 일쑤였다.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그래야 당선이 되는 구조가 생겨났다.

각종 대규모 단지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취소되면서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어려움에 빠져 또 다른 사회문제로 부각된 서울시의 경우가 그렇다. 전임자가 추진하던 개발계획이나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되면서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 책임자가 된 사람은 전임자의 이러저러한 무리한 추진으로 시민들의 고통이 말도 아닐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득이 계획을 중단한다는 선전을 해대기 일쑤다. 그리고 자신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또 다른 공사판을 벌이는 식이다. 어제오늘의 행태가 아니다.

중국당국의 제 식구 싸안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원칙 없는 조변석개 식 행정이 판을 치고 있다. 자연스레 업자들은 하던 일을 접기 시작했다. 일을 하던 근로자들도 실업자가 되어갔다. 생업이 끊어 진 것이다. 시원찮던 경기가 더 깊이 침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거판을 1백여 앞두고 있다. 선거판은 북적거리게 마련이다. 여전처럼 돈 봉투가 오가거나 고무신, 막걸리 잔이 넘치는 판은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고조되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다. 당국은 어떻게 해서라도 분위기를 띄우기 마련이다. 그래야 기득권 프리미엄을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심판론으로 맞서기 마련이다. 여권이 한 일은 몽땅 개판이라는 주장을 목청껏 부르짖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의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서민경제가 더 심각한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묘수가 없다는 것이 작금의 경제 사정이다. 어쩌면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처에서 비극적인 죽음이 발생하고 있다.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서민은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새 정치'의 본령이 무엇인지는 알바 아니다. 이른바 나라를 구하고 민생을 구제한다고 나대는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눈물을 흘리며 상대 무리를 꾸짖는 어느 대변인의 모습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생각이 치민다. 그러면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고 버럭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생각이다.

헛배 불리는 선거판은 당장 걷어내야 한다. 진정 무엇이 서민의 배를 채워주는 공약인지를 찾아내야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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