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주샛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지난해 관광업계의 피해액은 14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1·2위 여행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마저도 부진을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여행사는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만을 기대하며 휴직과 인력감축, 자산 매각 등으로 힘겨운 버티기에 들어갔다. 대형 여행사뿐만 아닌 중소 여행사들도 실직 상태를 막기 위해 국회로 피켓시위까지 나선 상황이다.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여행사 창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여행사 창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행사, 작년 대규모 적자…힘겨운 버티기

국내 1·2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20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매출은 549억7천100만원으로 8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610억5천8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에 모두투어는 지난달 사내 공지를 통해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동안 휴직 기간을 연장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월부터 5월까지는 유급 휴직으로, 6월부터 9월까지는 무급 휴직을 이어가며 버티기를 택한 것이다.

업계는 모두투어가 구조조정 단행 대신 휴직기간을 늘리는 방식을 택하자 사상 초유의 위기에도 인력감축 없이 코로나19 종식만을 기다리며 이후 빠른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투어도 지난해 영업손실 1천147억원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82% 줄어든 1천96억원이다.

하나투어는 앞선 지난해 1분기 275억원, 2분기 518억원, 3분기 302억원, 4분기 25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나투어는 이에 따른 대규모 손실 누적으로 지난달 결국 무급휴직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직격타로 회사가 존폐기로에 섰다”며 “조직 효율화를 단행하고 그동안 추진하던 사업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닌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 건물과 지분 100% 보유한 티마크호텔 명동의 매각을 추진하며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만 1천억원이 넘었다”며 “거의 1년 간을 버텼으나 앞으로도 얼마나 더 어려워질지 예측할 수 없어 자금 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여행업계 생존권 보장을 위한 운영자금 지원 요청, 우리여행협동조합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여행업계 생존권 보장을 위한 운영자금 지원 요청, 우리여행협동조합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광업계, 피해액 14조…여행사 600곳 폐업

관광업계의 피해규모는 지난 1일 기준으로 14조원 상당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행업 7조4천억원, 호텔업 4조3천억원, 유원시설업 1조3천억원, 국제회의업 1조1천억원, 카지노 1조9천억원 등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 수도 250여만명으로 지난 2019년 대비 무려 86%가 감소했다. 이에 작년 관광 수입 감소액도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방한 관광객도 4만8천여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97% 감소했으며 관광 수입도 1조5천억원 감소했다.

관광업종 피해 금액이 대폭 증가한 만큼 사실상 매출 제로의 상황에 놓여 폐업 수순을 밟은 여행사들도 속출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집계 결과 지난 1월 말 기준 여행사는 2만1천647개로 전년동기 대비 636개 줄었다. 해외여행 여행사가 8천984개로 482개, 국내여행 여행사는 6천800개로 99개 감소했다.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을 함께 운영하는 일반여행사는 5천863개로 55개 줄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졌고 국내여행마저 위축된 영향이다. 여행사를 비롯한 전체 관광사업체는 3만7천139개로 1년 간 120개 감소했다.

고사위기 상황에 처한 중소 여행사들은 지난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위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중소 여행사로 구성된 우리여행협동조합과 중소여행협력단, 한국공정여행업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수 방역국 간 트래블 버블(여행객 격리조치 면제) 추진과 관광개발기금 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대출 조건 완화, 여행 재개 시까지 여행업 고용유지 지원 등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직원의 실직 사태를 막아보고자 유·무급 휴직 등 온갖 방법을 강구하며 하루하루 힘든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소 여행사뿐만 아닌 대규모 여행사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해 무급휴직과 함께 300명이 넘는 여행부문 직원 중 3분의 1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아 인력을 감축했다. 자유투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130명이 넘던 직원을 지난해 상반기 30명 정도로 줄였다. 롯데JTB도 희망퇴직자 67명과 정리해고자 32명 등을 퇴사 처리했다.

종사자들의 임금도 줄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50~299인 관광사업체 근로시간 단축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체당 월 평균 임금은 지난 2019년 말 기준 239만5천원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235만9천원으로 1.5% 감소했다.

업계, 트래블 버블 촉구…정부도 본격 논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행사들은 지속적으로 우수 방역국 간 트래블 버블(여행객 격리조치 면제) 추진을 촉구해왔고 정부도 이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

트래블 버블이란 방역 우수 국가 간 안전막(버블)을 형성해 2주간의 자가격리 없이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해 전문가와 업계가 함께 국제관광시장 조기 회복 전담조직(TF)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트래블 버블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관광업계가 코로나19 이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추가 금융·재정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선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를 대상으로 안전여행 상품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주체는 인천공항공사로 문체부가 개최한 2020 관광·항공 회복 전략 토론회에서 인도네시아 관광 당국과 협업해 유명 휴양지 발리의 ‘안전 여행 통로’(Safe Corridor)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 여행 통로란 일정 방역수준을 갖춘 국가끼리 14일 자가격리 조치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트래블 버블 보단 문턱이 높다. 해당 국가 지역 내 특정장소인 ‘그린 존’을 통해서만 여행객들이 오갈 수 있다.

김헌준 인천공항공사 해외사업처 차장은 “그린 존을 통한 여행으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해도 역학조사가 용이해 감염병 확산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관광 당국에서 트래블 버블 등 방안을 제시하려는 것만으로도 이전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같다”며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관광정책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