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산업, 2016년 4천500억 들여 부동산 매입
부동산 매입 한달 전 전북 익산으로 본사 이전
법원 “익산, 매입 당시 실질적인 본사 아냐”
“가산세는 18억만 부과해야”…하림 일부승소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진=연합뉴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대규모 복합단지를 짓는 하림산업이 취득세를 줄이기 위해 본사를 허위로 이전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로 인해 부과된 가산세는 대부분 취소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하림산업이 서울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72억원 규모의 가산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지난해 8월 원고 일부승소판결했다.

가산세로 부과된 72억원 중 18억원만 내면 된다는 판결이었다.

이 소송은 하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대규모 복합단지 건립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하림산업은 지난 2016년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본사를 전남 익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뒤에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 일대 토지 9만4천949㎡를 4천525억원에 사들였고 같은해 5월 25일 등기를 마친 뒤 취득세 181억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하림산업이 핵심 주력사업인 부동산 취득과 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주요 의사결정이 사실상 대도시 내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졌는데도 본점을 대도시 외로 이전한 것처럼 외관을 꾸몄고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과세관청에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 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 지방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해 취득세 등을 탈루했다”며 서초구에 부정신고가산세를 포함한 취득세 등을 과세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서초구는 취득세와 가산세를 합쳐 총 253억원 상당을 부과했고 하림산업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하림산업이 본사를 익산으로 이전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하림산업의 김기만 대표가 이사회 의사록 기재일에 사업장에 있지 않았음이 분명하고 나머지 임원 3명도 양재동 땅 취득을 위한 유상증자나 담보신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 외에 양재동 땅 매입 업무에 관여했던 사람은 모두 하림그룹이나 NS홈쇼핑 소속 임직원이고 부동산의 취득·개발 기획업무를 직접 수행한 것이며 2016년 9월까지 하림산업의 회계, 세무, 인사, 법무 업무도 NS홈쇼핑 소속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또 “2016년 4월 27일 취임한 임원들 중 김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임원들이 양재동 땅 취득 무렵까지 하림산업의 본점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양재동 부지 취득일인 2016년 5월 25일 당시 하림산업이 본점을 익산으로 실질적으로 이전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다만 가산세를 대부분 취소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본점 이전 등기를 마칠 때까지 익산에 기본설비를 구비한 점 2016년 6월부터 익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의해 양재동 부동산의 관리가 이뤄졌고 2016년 9월 취임한 임익성 대표는 익산에서 근무했고 그 무렵부터는 익산에서 회계·세무 업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림산업이 양재동 부동산 취득 전 본점 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취득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당시 원고에게 본점 이전의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정관 변경 및 본점 이전에 관한 임시주총과 이사회 의사록은 상업등기규칙에 따라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들이어서 이를 허위기재했다 해도 실질 본점 소재지를 은닉해 지방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법원은 가산세 72억원 중 18억원만 내도 된다고 주문했다.

한편, 하림그룹은 양재동 부지에 물류센터와 업무시설, R&D시설, 컨벤션, 공연장, 판매시설, 숙박시설, 주거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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