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경제계 대표 단체 부상 예고

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완공 현장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완공 현장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오른다. 4대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대한상의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넘어, 경제계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박용만 서울상의 겸 대한상의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등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13명이 참석한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대했다.

서울상의는 “한국 경제계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경영 업적·글로벌 역량·ESG 경영 등을 두루 고려해 차기 회장을 추대하게 됐다”고 추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박용만 회장은 “본인의 경험 등에서 미래를 내다보는데 적합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5대 그룹 중 한 곳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대표할 자격이 있고, 평소 상생이나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에 현시점에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고 최 회장을 평가하기도 했다.

추대 직후 최태원 회장은 “추대에 감사드린다”며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며 후보직 수락 의사를 전했다.

최 회장은 23일 열리는 서울상의 의원총회를 통해 회장에 오르게 되며,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해 온 관례에 따라 내달 24일 열리는 의원총회를 걸쳐 대한상의 회장에도 오르게 된다. 대한상의 회장 임기는 3년으로 한 번 연임이 가능하다.

최태원 회장 추대 소식과 함께 재계에선 정부와 기업 간 소통 창구로서 대한상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간 입지 역전 전망도 나온다.

1884년 설립된 대한상의는 전국 73개 지방상공회의소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회원사만 18만개에 달하는 한국 최고(最古) 최대(最大) 경제단체이나, 그동안 정부 주도 관변단체란 이미지가 강했다.

역대 회장 역시 대한상의와 관계가 두터운 두산가 출신을 제외하면 정치인이 선임되거나, 중견그룹 수장 또는 각 사 부회장급인 대기업 전문경영인들이 주로 맡아 왔다. 

대한상의에 대한 대외 평가는 2013년 박용만 회장 취임 후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재계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는 박 회장이 민간대표 경제단체로서 상의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는 4대그룹 수장 중 맏형 격인 최태원 회장의 회장 취임을 계기로 상의가 전경련을 대신할 경제계 대표단체로 부상할 것이란 의견 등이 나온다. 

반면 전경련 입지는 지속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1961년 30대 그룹이 주축이 돼 창립한 전경련은 과거 정권 교체 때마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던 재계 대표단체로서 그 위상이 대단했다. 역대 회장 또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최종현 SK 선대회장 등 재계 역사를 대표해 온 경영인들이 번갈아 가며 맡아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삼성과 현대차, LG 수장의 회장단 회의 불참이 늘며 그 위상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고, 지난 정권 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조직의 도덕성마저 땅에 떨어졌다. 이에 일각에선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월 임기 만료인 허창수 현 회장의 후임 인선과 관련해서도 유력 인사의 하마평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어 허 회장의 재연임 전망만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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