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정진영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기업과 언론 간의 긴밀한 유착 관계, 공공연한 접대 문화와 위계를 이용한 상사의 성추행,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덮는 데 혈안이 된 사회 시스템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하지만 은밀하게 숨겨져 있어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지뢰 같은 비리들을 영리하게 고발하는 소설이다.

배경은 가상의 중도시 고진. 도시의 규모에 비해 큰돈이 오가는 곳. 이곳에 위치한, 전선 업계에서는 나름의 탄탄대로를 걸어온 내일전선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미래전선의 계열사이다.

하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언론사 기자들마저 쩔쩔매게 하는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고, 업계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는 이곳도 실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

저자는 치밀한 취재로 정교하게 쌓아올린 ‘젠가’ 위에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들을 배치해 한 편의 살아 있는 부조리극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조직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대하고 일상을 지킬 힘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한 회사에서 시작된 부조리가 결국 한국 사회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정밀하게 고발하며 ‘부조리의 부조리’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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