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가속
빅테크 공습에 위기의식 고조
전담 조직 신설·위원회 구성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주요 경영 키워드로 ‘디지털’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 시대를 준비하고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과 착한 경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조직개편에서도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디지털 전환과 ESG경영 확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주]

디지털 강화에 조직개편 방점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은 최근 디지털 조직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부문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데다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의 금융업 진출이 빨라지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은 ‘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기존 디지털혁신총괄(CDIO, Chief Digital Innovation Officer)을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Chief Digital Platform Officer)로 변경했다.

디지털플랫폼총괄은 그룹의 디지털플랫폼 혁신뿐만 아니라 디지털플랫폼 내 고객경험(User Experience) 개선과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역할까지 담당함으로써, 진정한 고객 중심의 금융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언택트의 일상화 등 코로나19로 인해 미래 한국 금융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변화의 시대를 누가 발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기존 금융사와의 경쟁을 넘어 빅테크와 직접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금융플랫폼 혁신을 통해 고객 접점을 더욱 확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1등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그룹은 데이터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싣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최근 그룹 관점에서 빅데이터 사업을 담당할 그룹 빅데이터부문을 신설했다. 자회사별 사업 추진에 따른 비효율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빅데이터부문장(CBO)으로는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혜주 상무를 영입해 지주·은행을 겸직하도록 했다. 김 상무는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실무 경험을 보유했다. 김 상무는 지주회사 설립 이후 최초로 선임되는 여성 임원이기도 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코로나19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며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디지털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전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며 임직원의 디지털 혁신 참여를 독려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에 미래금융, 리테일, 자산관리 등 기능 중심으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손님 중심의 ‘디지털리테일그룹’으로 통합했다. 디지털리테일그룹 내 사업, 디지털, IT가 융합된 다기능 팀(Cross-Functional Unit)도 운영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금융환경에 대해 “기업의 생과 사가 결정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플랫폼 금융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은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주와 은행이 디지털부문을 겸직하도록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는 마이데이터나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수많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며 “이제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회사 제1의 고객 접점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전사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플랫폼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로 지속가능경영 구축

4대 금융그룹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ESG도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경영에 반영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KB금융은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그룹의 미션 아래 ESG경영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KB금융그룹은 ESG경영을 속도감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 위원회는 윤종규 회장을 포함해 사내·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됐으며, 그룹 ESG 전략 및 정책 수립, ESG 추진현황 관리·감독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그룹 ESG경영에 대한 최고의사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채권인수를 중단하기로 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로도 ESG 등 지속가능경영 선도를 제시했다. KB금융은 글로벌 환경보호 캠페인 ‘RE 100’의 선제적 가입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해 나가고, 선도적이고 지속적인 ‘ESG 경영’ 실천을 통해 사회적 변화와 미래가치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그룹의 핵심 추진 사업인 ESG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그룹 전략·지속가능부문(CSSO) 아래에 ESG기획팀을 신설했다. 그룹 전체 ESG 전략 추진에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CSSO역할을 맡아 온 박성현 상무는 CSSO로서 부사장으로 발탁돼 탄소제로 프로젝트, ESG 통합 평가모델 구축 등 ESG 금융에 대한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하나은행에 ESG 전담 부서인 ‘ESG기획 섹션’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기획·예산을 담당하는 기존의 경영기획그룹과 인사·업무지원을 담당하는 경영지원그룹을 통합해 ‘경영기획&지원그룹’을 신설했는데, 이 조직 내 경영전략본부 하에 ESG기획 섹션을 만들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ESG 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ESG 경영을 실천해 금융의 사회적 역할 수행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다”며 “기업 활동 전 영역에 걸쳐 ESG 철학을 도입하고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올해를 ESG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손 회장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및 한국형 뉴딜 정책에 발맞춰 금융의 사회적, 환경적 가치 창출을 선도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금융그룹이 되기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그룹 뉴딜금융지원위원회를 열고 기후변화 위기대응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선도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금융그룹’을 선언했다. 이후 진행된 조직 개편에서 ESG경영을 본격화하고자 전담부서인 ESG경영부를 신설했다.

우리금융은 자회사 대표들과 함께 ESG 전략을 논의하는 ‘ESG위원회’도 신설했다. 그룹 차원의 ESG경영과 브랜드 관리를 위해 지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질병,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ESG경영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며 “금융그룹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올해 경영계획 및 중장기 전략에 ESG를 핵심 전략으로 반영하는 등 사업추진 시 ESG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연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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