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기 해약환급금 전년比 5천억원 증가
몇 년간 과열된 영업 경쟁에 후폭풍 우려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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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장기보험 상품에서 불거지고 있는 고객 이탈 규모가 역대 최대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생계형 해지와 더불어 최근 몇 년간 벌어진 과열 경쟁에 대한 후폭풍 우려도 나온다.

13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손해보험사 15곳이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장기해약환급금은 총 10조1천494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6천351억원) 대비 5천14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 사별로는 삼성화재의 장기해약환급금이 3조2천3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천25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1조5386억원), DB손해보험(1조4889억원)의 금액도 각각 7.1%(1천26억원)와 6.9%(956억원)씩 늘었다. KB손해보험의 장기해약환급금도 1조1208억원에서 1조1837억원으로 5.6%(629억원) 증가하며 1조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해약환급금 규모는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던 2019년보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10조원 안팎 수준이었던 손보사들의 장기해약환급금은 2018년 11조원을 넘어 지난 2019년엔 13조원을 넘어섰다.

해약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먼저 경기 불황에 따른 생계형 해지가 꼽힌다. 살림이 팍팍해진 경우 당장 혜택을 보기 힘든 보험 비용부터 줄이려하면서 계약 해지가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확대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손보업계가 사활을 걸었던 장기보험 영업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보험은 상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보험료 수입을 훨씬 키울 수 있어 최근 손보업계에서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손보업계는 대표들이 모여 자율 결의까지 할 정도로 장기보험 매출 확대를 위한 경쟁이 뜨거웠다”며 “원치 않는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많을 경우 해약은 더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가입자들이 보험을 해약하면 보험료 완납을 기준으로 설계된 보험 상품의 특성상 납입보험료의 10~40% 수준만 돌려받을 수 있어 중도 해지 시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선 계약해지보다는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보험계약 유지를 위한 보험제도로는 보험료 납입유예, 감액제도, 감액완납제도 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계약자 중에는 주식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약 시 납입금을 돌려받을 수 없거나 환급금이 납입금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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